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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보다는 정교함을, 캠프파이어 오디오 키메라

캠프파이어 오디오 키메라의 네 가지 드라이버 구성과 현악기 표현을 살펴봤습니다. 낮은 임피던스와 큰 셸이 요구하는 소스·착용 조건도 짚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정교함을, 캠프파이어 오디오 키메라

캠프파이어 오디오의 이어폰은 하나의 공통된 소리로 묶기 어렵습니다. 최근 시장에서 선호하는 방향을 빠르게 따라가기보다 제품마다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맞춰 전혀 다른 소리를 만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2년 전 홍대에서 열렸던 포터블웨이브 행사 때 창립자이자 엔지니어인 켄 볼을 만나 아스트로리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을 때도 비슷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요즘 이어폰의 상당수가 서로 닮아 가는 상황에서 아스트로리스만큼은 다른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것이었죠.

이번 키메라는 그런 캠프파이어의 태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플래그십 이어폰입니다. 그리고 제가 들었을 때 키메라는 다이내믹과 BA, EST에 골전도 드라이버까지 서로 다른 네 가지 방식을 한 몸에 넣었지만 소리는 화려한 효과를 과시하기보다 정교하고 아름답게 다듬는 쪽을 택한 이어폰이었습니다.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캠프파이어

키메라 양쪽 셸의 페이스플레이트와 케이블

캠프파이어 오디오는 2015년 미국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설립자인 켄 볼이 이끄는 소규모 제조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데, 그는 그보다 앞서 ALO Audio를 통해 커스텀 케이블과 포터블 앰프를 만들기도 했죠. 이어폰과 케이블, 휴대용 오디오를 함께 다뤄 온 경험이 현재의 캠프파이어를 만든 바탕인 셈입니다.

브랜드를 널리 알린 제품은 2016년 등장한 안드로메다입니다.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올해는 출시 10주년을 기념한 모델까지 나왔습니다. 다만 안드로메다의 존재감이 워낙 컸던 데다 그사이 하이엔드 이어폰 시장의 경쟁도 훨씬 치열해졌습니다. 이후 제품들이 상대적으로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데에는 이런 배경도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캠프파이어는 BA만 사용한 이어폰부터 다이내믹 드라이버 모델, 세 개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넣은 트라이펙타, 평판형과 듀얼 평판형까지 다양한 구조를 꾸준히 시도했습니다. 키메라는 그 실험을 한곳에 모은 제품에 가깝습니다.

카본과 황동으로 만든 다마스쿠스

손에 든 키메라 셸의 카본·황동 무늬

외형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부분은 페이스플레이트입니다. 카본과 황동을 다마스쿠스 방식으로 가공해 검은 바탕 위로 금빛 물결이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재료가 쌓이고 깎이는 과정에서 무늬가 만들어지므로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습니다.

페이스플레이트는 중앙으로 갈수록 살짝 오목하게 휘어 있습니다. 이 곡면을 따라 나이테처럼 촘촘한 결이 드러나 계단식으로 보이지만, 손끝으로 만지면 거칠지 않고 매끄럽습니다. 제가 사용한 샘플은 안쪽 셸이 금색이며 블랙 색상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양옆에는 목공의 나비장처럼 생긴 결합부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페이스플레이트와 본체를 기계적으로 잡아 주면서 장식 역할도 겸합니다. 중앙에는 가로로 긴 벤트를 하나 냈고, 2핀 소켓은 셸 안쪽으로 깊게 넣었습니다. 케이블 단자의 돌출부가 이 홈에 맞물려 핀을 보호하고 결합부도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네 가지 방식으로 나눈 대역

키메라 셸과 노즐의 측면 확대 사진

내부에는 네 종류의 드라이버를 사용합니다. 10mm 골전도 드라이버가 저역의 공명을 맡고, 글라스 어쿠스틱스 이노베이션과 공동 개발한 10mm 유리 진동판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저역과 중저역을 담당합니다. 중역에는 듀얼 다이어프램 BA를, 고역에는 두 개의 BA를 넣었고 초고역에는 네 개의 EST 슈퍼 트위터를 배치했습니다.

골전도 드라이버를 제외한 나머지 유닛은 전용 챔버 안에 모았습니다. 내부 공간을 대략 반으로 나눠 노즐 쪽에는 이 챔버를, 뒤쪽에는 골전도 드라이버가 작동할 영역을 확보한 구조입니다. 많은 드라이버를 단순히 늘어놓기보다 서로 다른 작동 방식을 어떻게 한 흐름으로 묶을지부터 고민한 배치로 보입니다.

기본 케이블은 키메라를 위해 새로 만든 ALO Audio Balance 6입니다. 순동 네 가닥과 은도금 동선 두 가닥으로 구성한 6심 케이블이며, 두께에 비해 부드럽고 옷에 스칠 때 생기는 터치 노이즈도 크지 않았습니다. 플러그는 4.4mm 밸런스입니다.

키메라의 보관 케이스와 이어팁 등 구성품

구성품은 칸막이를 넣은 대형 가죽 하드 케이스와 두 종류의 실리콘 이어팁 각 세 사이즈, 폼 팁 세 쌍, 청소 도구와 융, 캠프파이어 배지입니다. 케이스 안에서 좌우 유닛과 케이블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나눠 보관할 수 있습니다.

셸까지 울리는 골전도 구조

골전도 드라이버는 진동을 셸과 귀에 전달해 일반적인 공기 전도 드라이버와 다른 방식으로 소리에 공명을 더합니다. 키메라는 골전도 드라이버가 셸과 넓게 맞닿도록 배치했고, 셸 소재 역시 이 공명을 고려해 골랐다고 설명합니다.

말 그대로 유닛의 공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인데,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 음악을 끄고 셸을 가볍게 두드리면 통통 울리는 감각이 전해집니다. 그리고 에너지가 큰 음악을 재생할 때는 손가락을 댄 유닛을 통해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카본과 황동으로 만든 외부 구조를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음향계의 일부로 사용한 셈입니다.

다만 키메라의 골전도는 저음을 크게 흔들어 존재감을 과시하는 타입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제가 느낀 효과는 공간 속을 채우는 미세한 공명과 잔향에 가까웠습니다. 셸의 진동이 청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분리해 단정하기 어렵지만,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공간감은 분명 인상적이었습니다.

5.5Ω이 요구하는 소스 선택

DAP에 연결해 재생 중인 키메라 이어폰

키메라의 공칭 임피던스는 1kHz에서 5.5Ω입니다. 이어폰 가운데서도 매우 낮은 편이라 음량을 확보하는 능력보다 연결할 기기의 출력 임피던스와 노이즈 특성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여러 드라이버를 나눈 구조에서는 주파수에 따라 임피던스가 달라질 수 있고, 소스의 출력 임피던스가 높으면 의도한 주파수 응답까지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도 표기는 14.6mVrms에서 94dB로 일반적인 방식과 조금 다릅니다. 이를 1mW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08dB 정도이므로 볼륨을 올리기 어려운 이어폰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기 자체의 노이즈가 들리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과거 안드로메다가 소스의 노이즈를 그대로 드러내 ‘노이즈 감지기’처럼 불렸던 이유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별도의 앰프를 덧붙이기보다 출력 임피던스가 낮고 기본 설계가 잘된 DAP에 바로 연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청음에는 아스텔앤컨 SP4000을 사용했고 하이 드라이빙 모드를 켠 상태에서 DAR과 EQ는 모두 껐습니다. 음원은 애플뮤직 스트리밍과 로컬 파일을 함께 들었습니다.

기본 케이블 때문에 실제 청음은 4.4mm 밸런스로 진행했습니다. SP4000의 출력 임피던스는 3.5mm가 0.7Ω, 4.4mm가 1.7Ω입니다. 일반적인 이어폰에서는 작게 보일 차이지만 5.5Ω인 키메라에는 무시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같은 케이블의 3.5mm 버전을 비교하지 않았으므로 음색 차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초저임피던스 이어폰에서 밸런스 출력이 언제나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유행을 거부한 중고역 중심의 균형

최근 하이엔드 이어폰은 저역의 양과 펀치를 적극적으로 키운 제품이 많습니다. 힙합과 록, 팝처럼 스트리밍에서 자주 듣는 장르에 즉각적인 재미를 주기 좋은 방향이기도 합니다. 키메라는 이 흐름과 반대로 갑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제가 최근 들었던 이어폰 가운데 현악기의 소리를 가장 아름답게 들려준 제품입니다. 중역의 디테일과 음색, 공간에 남는 잔향이 섬세하고 고급스럽습니다. 네 종류의 드라이버를 적층했다는 설명만 보면 화려하고 강한 소리를 예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좋은 하드웨어를 정밀한 조각칼처럼 사용합니다.

나란히 놓인 키메라 양쪽 셸과 케이블

저역을 앞세우지 않아도 무대는 넓게 펼쳐지고요. 강한 저음의 울림을 바닥에 깔아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하는 쉬운 방법 대신, 필요한 만큼의 저역과 풍부한 잔향으로 크기를 만듭니다. 그 덕분에 중역이 뒤로 밀리지 않고 홀의 공기와 악기의 여운이 살아납니다.

저음의 펀치는 단단하지만 민첩하게 끊기는 편이었습니다. 묵직한 충격이 몸을 밀어내는 타입은 아니며 요즘 트렌드에 비해 양감이 강조된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강한 비트와 큰 타격감을 우선한다면 가격과 드라이버 구성에 비해 얌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저음 때문에 중고역의 결이나 공간이 가려지는 것을 싫어한다면 키메라의 선택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시벨리우스로 확인한 섬세함과 스케일

키메라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 준 음반은 리사 바티아슈빌리와 다니엘 바렌보임이 연주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습니다. 2016년 베를린에서 녹음한 음원으로, 천장이 높고 규모가 큰 공간의 풍부한 홀 톤이 담겨 있는 앨범이에요. 그 중에서도 뒤에 수록된 시벨리우스에서 키메라의 성격이 더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1악장은 차갑고 멀게 떠오르는 바이올린으로 시작합니다. 오케스트라는 한발 뒤에 조용히 자리하고, 가늘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바이올린의 결이 그 위를 가릅니다. 키메라는 이 미세한 음선과 주변의 정적을 정교하게 표현하다가 합주가 커지면 충분한 무게와 규모를 꺼냅니다. 5분대 후반으로 가며 무대가 크게 열리는 순간에도 각각의 위치와 잔향이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3악장에서는 팀파니가 낮고 묵직하게 바닥을 받치는 동안 바이올린이 빠르게 달립니다. 민첩한 움직임과 거칠고 무거운 반주가 번갈아 나타나는데, 키메라는 오케스트라의 체중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바이올린이 그 위를 날아다니는 듯한 속도를 살립니다. 입체적인 무대와 정확한 이미징이 단순한 해상력 이상의 설득력을 만드는 장면입니다.

결국 이 이어폰의 장점은 섬세함과 스케일 가운데 하나만 고르지 않는 데 있습니다. 조용한 부분에서는 현의 표면과 홀의 공기까지 가까이 보여 주고, 에너지가 커지면 무대 전체를 자연스럽게 확장합니다. 저역을 과장하지 않고도 음악의 크기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착용감과 분명한 취향의 경계

골전도 드라이버와 셸의 공명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어폰이 귓바퀴에 어느 정도 밀착되는 편이 좋습니다. 키메라는 내부 구조만큼 셸도 큰 편입니다. 제 귀에는 안정적으로 맞았지만 귀가 작다면 바깥쪽이 눌리거나 장시간 착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구매 전에 직접 착용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소리의 취향도 명확합니다. 제 생각에는 어느 장르, 어느 곡을 듣더라고 저역의 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베이스 헤비 취향의 분들처럼 저음의 양과 강한 펀치를 먼저 찾는 분에게는 부족할 수도 있겠고, 애초에 힙합이나 강한 록에서 즉각적인 타격감을 원한다면 거기에 최적화된 이어폰들을 고르는 게 현명할 겁니다. 키메라는 모든 요소를 크게 들려주는 제품이라기 보다는 중역의 아름다움과 공간의 잔향을 위해 에너지 배분을 섬세하게 조율한 이어폰이었습니다.

총평

스탠드에 걸린 키메라 이어폰의 전체 모습

캠프파이어 오디오 키메라는 브랜드가 지난 10여 년 동안 이어 온 실험을 하나의 이어폰에 응축했습니다. 네 종류의 드라이버와 전용 챔버, 셸을 울리는 골전도 구조, 카본과 황동을 결합한 외장까지 어느 한 부분도 평범하게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그 복잡한 하드웨어를 화려한 효과가 아니라 정교한 표현에 사용했다는 점이 이 제품의 핵심입니다.

현악기의 가는 결, 홀에 번지는 잔향, 오케스트라가 커질 때의 무게와 입체감을 함께 살리는 능력은 지금까지 들은 캠프파이어 제품 중에서도 특별했습니다. 저역이 앞에 나서지 않는데도 공간이 넓고, 중역을 아름답게 표현하면서 큰 합주의 스케일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반면 5.5Ω의 낮은 임피던스는 소스 선택을 까다롭게 만들고, 큰 셸은 사람에 따라 착용 장벽이 됩니다. 저음의 압력과 펀치를 중시한다면 튜닝 자체가 취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은 가장 현실적인 고민거리입니다.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고 현악기와 클래식, 공간의 자연스러운 울림을 중요하게 듣는다면 키메라는 대체하기 어려운 매력을 보여 줍니다. 많은 드라이버가 있다는 사실보다 그 드라이버를 얼마나 절제해 사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유행을 따르지 않아도 완성도가 충분하면 강한 개성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이어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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