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의 바탕 위에 더해진 세 가지 진공관의 질감, 아스텔앤컨 SP4000T & 클라루스
아스텔앤컨 SP4000T의 세 가지 진공관 모드와 클라루스 이어폰을 함께 들었습니다. 튜브 커런트에 따른 질감 변화와 발열·휴대성의 한계까지 정리합니다.

나올 게 나왔습니다. 아스텔앤컨 SP4000이 발표됐을 때부터 언젠가는 뒤따를 거라 예상했던 진공관 버전, SP4000T입니다.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매번 이전 세대를 뛰어넘는 변화를 보여 주기는 어려워집니다. DAP 시장 전체가 이미 끌어올릴 만큼 끌어올린 요즘에는 더 그렇고요. 스마트폰처럼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보다 완성된 바탕을 어떻게 변주하느냐가 중요해진 시점입니다.
SP4000T는 하이엔드 비엔나 2026에서 처음 공개됐고, 국내에서는 지난 달 열린 저희 행사 전시를 통해 먼저 만져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워낙 정신이 없어 소리의 큰 방향만 확인했지만 이번에는 각 앰프 모드와 튜브 설정을 하나씩 바꿔 가며 충분히 들어 봤습니다. SP3000T가 플래그십 수준의 정돈감을 유지한 채 진공관의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잘 덧입힌 제품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맛을 한층 더 세분화한 제품입니다. 풍성하고 유한 소리부터 밀도 높고 힘찬 소리까지 사용자가 직접 골라 들을 수 있습니다.
익숙한 외형, 더 선명해진 T의 정체성

최근에 만졌던 PD10과 PD20은 기존 아스텔앤컨과 디자인도 소리도 결이 조금 다른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다 SP4000T를 보니 오랜만에 익숙한 맛이라 반갑더군요. 울티마 라인에 친숙한 분이라면 바로 알아볼 패밀리룩을 그대로 살렸고, 크기와 손에 들었을 때의 무게감도 SP4000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후면 상단의 붉은 진공관 불빛입니다. 밖에서 보이는 진공관은 두 개지만 실제로는 레이시온 JAN6418을 네 개 사용했고, 보이지 않는 나머지 두 개는 위쪽 측면에 배치했습니다. 작은 몸체에서 진공관이 차지하는 공간이 상당한 만큼 역대 T 시리즈 중에서도 진공관의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설계라 할 만합니다.
왼쪽 조작 버튼은 SP4000보다 하나 늘어난 네 개입니다. 최상단 버튼을 누르면 앰프 설정 화면으로 곧바로 진입하는데 이 부분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난 번 3000T도 그랬지만 특정 기능을 강조한 제품이라면 그 기능에 쉽게 접근할 방법도 함께 마련돼야 하잖아요. PD20에서 EQ 전용 노브를 달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물리 버튼으로 제품의 성격을 조작 방식에 자연스럽게 녹여 낸 좋은 예입니다.
네 개의 진공관과 세 가지 구동 방식

아스텔앤컨의 설명에 따르면 SP4000T는 레이시온 JAN6418 진공관 네 개로 트라이오드·울트라 리니어·펜토드의 세 가지 튜브 모드를 적용한 최초의 DAP입니다. JAN6418은 원래 오극관이지만 G2와 G3 그리드를 사용하지 않는 식으로 삼극관처럼 구동시키는 것이고요. 트라이오드는 효율보다 풍성함과 부드러움을 살리는 쪽이고, 펜토드는 출력과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쪽입니다. 마지막으로 울트라 리니어는 두 성향의 중간 지점에 해당합니다.
DAC 구성은 AK4191EQ와 AK4499EX를 각각 두 개씩 사용합니다. SP3000T와 같은 구성이며 두 칩을 각각 네 개씩 사용한 SP4000의 ‘리얼 쿼드 DAC’와 비교하면 물량 면에서는 한 단계 아래라 하겠습니다. 다만 현재 AKM의 새로운 플래그십 칩이 나오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면 아스텔앤컨에서도 선택지가 많지는 않았을 겁니다. 기판의 공간 부족 문제도 있을 것이고 그래도 4000이 브랜드의 플래그십이니만큼 서로 간의 포지션도 고려를 해야 하고요. 대신 전작보다 진공관을 두 개 늘렸으니 T 시리즈의 정체성에 맞춘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밸런스 출력 기준 SNR은 125dB, THD+N은 0.0004%입니다. SP4000의 SNR 131dB보다는 낮지만 진공관을 사용하는 제품에서 수치가 떨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어느 쪽이든 실제 청취에서 수치 자체를 걱정할 수준은 훌쩍 넘어섰으니 참고 정도로만 보면 되겠습니다. 앰프 설정에는 기존처럼 OP·하이브리드·튜브 모드가 있고, 하이브리드는 OP에서 튜브 쪽으로 다섯 단계를 고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튜브 모드 세 가지와 튜브 커런트 하이·미드·로우가 더해졌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 처음에는 무엇부터 들어야 하나 싶을 정도예요.

튜브 커런트는 진공관의 플레이트 전압을 세 단계로 조절하는 기능입니다. 이전 PA10과 같은 방식이라면 하이가 기준 전압이고 미드와 로우로 갈수록 전압을 낮추는 구조일 텐데요. 실제로 들어 보면 하이에서 음의 밀도와 무게가 조금 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변화 폭은 크지 않지만 모드 선택 뒤 마지막으로 균형을 다듬을 때 유용합니다.
새로 추가된 배터리 보호 모드도 있습니다. 최대 충전량을 80%부터 95%까지 5% 단위로 제한할 수 있어 고가 기기를 오래 사용할 때 반가운 기능입니다. 다만 이제는 진짜 배터리 바이패스 모드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크래들에 올려 거치형처럼 쓸 때 배터리를 거치지 않고 전원을 직접 받을 수 있어야 보호 기능의 의미가 더 커질 테니까요.

기본 케이스는 품질도 좋고 쓰임새도 잘 챙겼습니다. 후면의 진공관 불빛을 디자인에 맞춰 드러냈고, 측면 덮개 덕분에 크래들 사용을 위해 기기를 빼기도 편합니다. 반면 동봉 가죽 파우치는 만듦새와 재질은 훌륭하지만 용도가 모호합니다. SP4000T는 들어가지 않고, 이어폰용이라기에는 측면이 열려 있으며 내부 파티션도 없습니다. 좋은 소재로 예쁘게 만든 만큼 수납 대상을 먼저 명확히 정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건 조금 아쉽네요.
함께 개발한 이어폰, 클라루스

아스텔앤컨은 자사 이어폰도 꾸준히 내놓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가격에 비해 아쉬운 경우가 있었지만 최근의 Zero2와 루나는 소리의 완성도가 상당했습니다. 특히 루나는 첫 소리부터 고해상도 이어폰이라는 인상이 선명했어요. 이번 클라루스는 SP4000T와 함께 개발됐고 두 제품의 매칭까지 고려한 모델입니다.
외형은 심플함과 기하학적인 조형을 섞었습니다. 셸은 소재 자체에 집중할 만큼 단정한 반면, 페이스플레이트에는 아스텔앤컨 특유의 각과 로고가 살아 있습니다. 미세하게 깎은 면이 빛을 받을 때 디자인이 더 선명해지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유닛은 제법 두껍고 안쪽 면도 평평해서 처음에는 착용감이 걱정됐는데, 노즐의 각도와 길이가 잘 맞아서인지 실제 착용감은 최근 사용한 이어폰 중에서도 상급이었습니다.
한쪽당 9개의 드라이버를 사용한 6웨이 구성입니다. 9mm 다이내믹 드라이버 하나와 BA 일곱 개, MEMS 하나를 조합했습니다. 저역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BA 두 개가 하나의 챔버를 공유하고, 중역에는 BA 세 개, 고역에는 MEMS 하나와 BA 두 개를 배치했습니다. 드라이버 숫자만 보면 화려하고 웅장한 소리를 예상하기 쉬운데 실제 인상은 오히려 정돈되고 단아한 쪽에 가까운 것이 나름의 반전이랄까요.

대역 배분은 꽤 복잡합니다. 9mm 다이내믹 드라이버가 20~200Hz, BA 두 개가 80~500Hz를 담당하고, 중역 BA는 500Hz~2kHz와 800Hz~7kHz에 걸쳐 작동합니다. MEMS는 7~10kHz, 나머지 BA 두 개는 9kHz 이상의 초고역을 맡습니다. 아스텔앤컨이 강조한 ‘정밀한 제어’라는 목표가 구조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임피던스는 1kHz 기준 9.7옴, 감도는 약 104dB이며 주파수 응답은 20Hz~20kHz입니다. 다중 드라이버 이어폰은 대역에 따라 임피던스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순한 숫자보다 소스 기기와의 매칭을 함께 살피는 편이 좋겠습니다.
제가 받은 제품은 최종 패키지가 아니었지만 정식 구성에는 이펙트 오디오 케이블과 아즈라 SE2000 이어팁, 케이스가 포함된다고 합니다. 케이블은 순동 24AWG 4심 구조인 Ares S Lite의 커스텀 버전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여섯 가지 크기로 제공되는 이어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표면이 지나치게 끈적이거나 미끄럽지 않고 세미 와이드 보어가 클라루스의 도관도 자연스럽게 열어 줍니다.
오래 들을수록 보이는 클라루스의 가치

먼저 제가 익숙한 SP4000에 클라루스를 연결하고 하이 드라이빙 모드를 켠 뒤 EQ와 DAR은 끈 상태로 들었습니다. 솔직히 첫인상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습니다. MEMS가 만들어 낼 선명한 고역이나 서브우퍼처럼 웅장한 저역, 거대한 무대 같은 특징을 예상했는데 어느 한쪽도 대놓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거든요. 가격까지 생각하면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돈을 쓴 만큼 그 값이 겉으로 티 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잖아요. 명품 로고가 크게 보이는 물건처럼요. 클라루스는 그 반대입니다. 짧게 들어서는 몸값을 과시하지 않지만 시간을 두고 듣다 보면 소리의 여유와 고급스러운 질감이 조금씩 보입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매장에서 몇 곡 듣고 바로 판단하기보다 롱텀으로 살펴볼수록 평가가 좋아질 유형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질감과 음의 입자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악기마다 다른 표면의 감촉과 녹음 공간의 앰비언스를 세밀하게 그리면서도 어택이나 릴리즈 어느 한쪽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적당히 치고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특히 심벌이나 차임처럼 금속성 울림이 뒤에 여운을 남기며 소멸하는 과정은 대단히 정교했습니다.

최근 하이엔드 이어폰은 스피커처럼 넓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극저역과 저역을 키우고 중역을 살짝 뒤로 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간의 규모를 얻는 대신 토널 밸런스가 한쪽으로 기우는 방식이지요. 클라루스는 저역을 부풀려 무대를 크게 보이게 하지 않습니다. 6~8kHz 부근의 딥도 상대적으로 덜한 듯해서 중고역의 잔향이 화사하고 라이브하게 살아납니다. 치찰음을 완전히 눌러 둔 타입은 아니므로 이 대역에 민감한 분이라면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제 귀에는 날카롭게 쏘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음색만 놓고 보면 아주 중립적이고 무난합니다. 그런데 클라루스의 개성은 바로 그 ‘무개성’에 있습니다. 특정 대역을 강조해서 존재감을 만들지 않고, 대신 뛰어난 해상력과 디테일, 입체적인 음장으로 값을 증명합니다. 클라루스만 계속 들을 때는 그저 두루두루 잘하는 이어폰처럼 느껴지지만 다른 이어폰으로 바꾸는 순간 소리가 왜 이렇게 허전하고 평면적으로 들리는지 되묻게 됩니다.
정위감과 공간을 형성하는 능력은 지금까지 아스텔앤컨이 만든 이어폰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무대의 좌우 면적도 충분히 넓지만 절대적인 크기보다 앞뒤 층위와 입체감이 더 인상적입니다. 반대로 강한 에너지나 웅장한 저역이 즉시 쾌감을 주는 제품은 아닙니다. 여러 이어폰을 경험한 뒤 미세한 표현의 차이를 즐기는 분에게 더 잘 맞을 것 같아요.
SP4000T에서 골라 듣는 세 가지 질감

이제 클라루스를 SP4000T에 연결해 보겠습니다. 기준은 SP4000에서 평소 사용하던 것처럼 하이 드라이빙을 켜고 EQ와 DAR을 끈 상태이며, 앰프단만 바꿔 가며 비교했습니다. SP4000T는 설정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는 폭이 넓어서 하나의 소리로 단정하기 어려운 기기입니다. 다만 OP에서 튜브로 갈수록 풍성함과 부드러움, 중역의 도톰함과 밀도가 더해지는 큰 방향은 기존 T 시리즈와 같습니다.
가장 진공관다운 소리를 원한다면 트라이오드와 커런트 하이 조합부터 들어 보길 권합니다. 좌우 공간은 조금 좁아지지만 소리가 앞으로 당겨지고 음선에는 도톰한 살집이 붙습니다. 어택은 한결 유해지고 여운도 부드럽게 흘러서 오래 듣기 편합니다. 그렇다고 토널 밸런스가 완전히 바뀔 만큼 끈적하고 무거운 소리는 아닙니다. 아스텔앤컨의 튜브 사운드는 일부 R2R 또는 진공관 기기보다 착색이 절제된 편이에요. 트라이오드에서도 열려 있던 고역이 살짝 줄고 무대가 중앙으로 모이면서 밀도와 온기가 조금 더해지는 정도입니다. 플래그십의 해상력과 균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진공관의 결만 입힌 셈인데, 저는 과한 사운드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 정도가 잘 맞았습니다.
펜토드는 트라이오드보다 개방감이 OP 쪽에 가까워지고 어택과 에너지가 분명해집니다. 빠른 비트가 또렷하게 끊겨야 하는 현대적인 장르에서도 스피드를 크게 잃지 않으면서 밀도와 힘을 더합니다. 이전이라면 이런 곡에서 OP를 먼저 골랐겠지만 SP4000T에서는 펜토드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중고역이 더 열리고 무대가 좌우와 위쪽으로 확산되기를 원할 때 OP로 바꾸면 됩니다.

두 튜브 모드의 차이는 음이 시작되고 사라지는 순간에 집중하면 쉽게 들립니다. 펜토드가 팡팡 끊어 치는 쪽이라면 트라이오드는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고 여운을 남깁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기보다 곡과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가 확실합니다. 마지막으로 울트라 리니어는 그 사이의 타협점입니다. 펜토드의 에너지와 음선 두께가 조금 과하지만 트라이오드의 좁아진 공간은 답답하게 느껴질 때 선택하기 좋습니다. 이전 T 시리즈에서 하이브리드 모드가 맡았던 역할을 이제는 튜브 안의 울트라 리니어가 가져온 듯합니다.
제 취향에는 울트라 리니어와 튜브 커런트 로우의 조합이 가장 잘 맞았습니다. 클라루스가 만드는 공간 안에서 음상의 크기와 에너지가 과하지 않았고, 진득한 착색도 한발 물러났습니다. SP4000다운 소리의 표면에 진공관의 질감을 스프레이로 얇게 뿌린 정도라고 할까요. 변화가 극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듣기 좋았고, 이렇게 섬세하게 자신의 취향에 맞춰 갈 수 있다는 점이 SP4000T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순수하게 공간의 규모와 입체감, 분리도를 따지면 SP4000이 한 수 위입니다. 말 그대로 잘 만든 플래그십 사운드만 찾는다면 기본 모델 쪽이 더 명확한 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파이에서 기기를 해상력이나 무대 면적만으로 줄 세우는 일이 큰 의미가 없을 때가 있잖아요. 진공관을 선택하는 이유도 더 넓은 공간이나 높은 해상력이 아니라 음선의 질감과 음악을 풀어내는 방식에 있습니다.
총평
SP4000T는 진공관의 색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베이스 모델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질감을 충분히 보여 줍니다. 원래 T 시리즈를 좋아했던 분에게는 분명하게 어필할 제품입니다. 저만 해도 평소 듣는 음악의 절반 이상이 재즈인데 트라이오드 모드로 바꾸면 손안에 작은 재즈 클럽을 들여놓은 듯한 맛이 있더군요.
단점도 분명합니다. SP4000과 마찬가지로 하이 드라이빙 모드에서 발열이 상당하고, 한번 그 소리에 익숙해지면 모드를 끄기 싫어질 만큼 소리는 좋지만 배터리도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줄어듭니다. SP4000T에서는 진공관 노이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제 경우 어떤 날은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다른 날에는 한쪽에서 아주 미세한 고주파 노이즈가 나타났습니다. 발생이 일정하지 않아 지금만으로 제품 전체의 문제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진공관은 사용 시간에 따라 안정되기도 하고 다시 노이즈가 생기기도 하므로 실제 사용자들의 장기 관찰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클라루스는 반대로 첫인상보다 시간이 지난 뒤 더 매력적으로 들리는 이어폰이었습니다. 화려한 저역이나 강한 에너지로 시선을 끌기보다 자연스러운 질감, 세밀한 잔향과 입체적인 정위감으로 실력을 드러냅니다. 잠깐 듣고 판단하기보다 익숙한 곡을 여유 있게 재생하면서 소리의 작은 표현에 집중해 보길 권합니다.
두 제품을 묶어 보면 방향이 더 분명해집니다. 클라루스가 입력된 신호를 정교하게 펼쳐 보이는 캔버스라면 SP4000T는 그 위의 질감과 에너지를 취향대로 조절하는 도구입니다. 모든 설정을 만지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 기기 안에서 곡과 이어폰에 따라 진공관의 결을 골라 듣는 재미를 원했다면 SP4000T는 지금까지의 T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 높은 답에 가깝습니다.



댓글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댓글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