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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하는 맛이 있다. 아스텔앤컨 PD20
2026-04-10 · DAP

조작하는 맛이 있다. 아스텔앤컨 PD20

커스텀 사운드의 득과 실

아스텔앤컨 PD20을 리뷰했습니다. 작년을 기점으로 울티마 라인업을 제외한 모든 DAP들은 'PD'라는 이름 하에 라인업의 구분 없이 독립적인 컨셉으로 개발됩니다.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사실 유저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부작용이 생기고 말았는데, PD20이 마치 PD10의 후속기마냥 인식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사실 실제 기기를 한 번 만져 보면 바로 풀릴 오해이지만 출시 전에 여러 모로 아스텔앤컨 입장에서는 그리 좋을 수 없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래서 네이밍이 중요해요. 다음 기기 네이밍은 신경을 좀 더 썼으면 좋겠습니다. (이래 놓고 PD30으로 나오려나)

PD20

이번 PD20의 컨셉은 '크래프트 유어 사운드'입니다. 별도의 버튼으로 빼 둔 EQ, 측정을 통한 개인화 사운드, 그리고 공간 보정 DSP인 오디오스피어, 세 가지 앰프 모드 등 소리를 매만질 수 있는 기능들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여기에 기존 기능인 DAR 등까지 포함한다면 소릿값의 경우의 수가 굉장이 많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PD20은 기기를 자주 만지고 소리를 이리저리 바꿔 가면서, 장난감처럼 조작하는 맛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 잘 어울릴 만한 DAP예요. 반대로 이미 완성된 소리를 즐기고 싶은 유저들에게는 다분히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PD20

'보정'을 전제로 한 세팅 때문인지 PD20의 기본 소리 튜닝은 이전 아컨 사운드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소리가 보다 앞으로 쭉 뻗어 나가는 편이었어요. 힘도 좋고 선명하지만 기존 아컨스러운 여유나 확산은 덜한, 여러모로 독특한 포지션의 기기입니다. 그래서 좋다 나쁘다를 따지기 전에 일단 '다르다'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리뷰하면서 저는 기존의 아컨 사운드를 다분히 하이파이스러운 컨슈머 오디오라 한다면 이번 PD20은 날것에 가까운 프로 오디오 사운드 쪽 성향에 더 가깝다고 표현했습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저역의 표현 방식인데, 보통 컨슈머 오디오에서는 저역이 주춧돌처럼 아래쪽에서 모든 소리들을 든든하게 잘 받쳐 주는 것이 이상적이라 합니다. 이를 피라미드와 같은 모형으로 그릴 수도 있을 텐데요. PD20은 저역이라고 해서 아래쪽에 깔린다든지 더 넓게 깊게 펼쳐진다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단지 다른 음역대와 동일하게, 같은 위치에서 같은 비율과 모양으로 재생됩니다. 그래서 음역대의 형상이 박스형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저한테는 PD20과 같은 소리 표현이 마치 스튜디오에 세팅된 오디오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보다 현대적인 장르에서는 이런 소리 표현이 제법 잘 어울렸어요. 보다 신나고, 보다 경쾌하고, 보다 다채롭게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유로운 소릿결과 공간감, 잔향 등이 중요시되는 장르를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게 들리기도 하고요. 이전 아컨 제품들은 이렇게까지 장르에 따라 평이 갈리는 경우가 없었단 걸 생각하면 확실히 독특한 제품이지요.

그래서 PD20에 들어 있는 다양한 소리 튜닝 기능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클래식이나 재즈 장르에서는 앰프 모드를 클래스A로 맞추되 오디오스피어를 켠다든지, 이큐로 극저역을 좀 더 강조한다든지처럼 곡에 따라, 장르에 따라, 혹은 함께 사용하는 이어폰에 따라 계속 이리저리 만져 가면서 최적의 세팅값을 찾았을 때와 그냥 들었을 때의 만족도 차이가 상당히 클 거예요.

PD20

의도는 알겠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오히려 기존 제품보다 사운드 튜닝의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파라메트릭 EQ의 부재예요. PD20은 파라메트릭 EQ가 빠진 대신 그 자리에 '베이스, 미드, 트레블' 세 가지 중심의 EQ 조절 모드가 들어 있습니다. 물리 버튼으로 어느 상황에서든 간편하게 EQ 조절이 가능한 것은 개성이면서 장점이지만, 이를 위해 굳이 파라메트릭 EQ까지 뺄 필요가 있었나 싶긴 합니다. 그밖에 현재 아컨 콜라보 이어폰들 전용 EQ 역시 PD20에는 프리셋으로 들어 있지 않습니다.

반대로 추후에는 이번 PD20부터 추가된 기능 중 일부를 다른 아컨 제품에도 적용시키는 펌웨어 업데이트도 고려해 줬으면 하고요. 예를 들어 PD20으로 생성한 개인화 사운드 측정 결과를 PD10 또는 SP4000 등에 적용시킬 수 있다면 기존 유저들에게 반가울 듯합니다. PD10과 함께 출시한 크래들이 PD10 전용 액세서리가 아닌 것처럼, 소프트웨어 역시 포괄적으로 함께 적용시켜 주는 방안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막 출시한 제품이지만 시장 반응이 괜찮아 보입니다. 미리 만져 본 입장에서 PD20은 확실히 초반이 재미있는 제품이 맞습니다. 하지만 유저 성향에 따라서는 금세 싫증을 낼 만한 제품이기도 해요. 고가의 제품인 만큼 본인의 성향에 어울리는 제품인지 충분히 고민해 보시고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리뷰#DAP#포터블오디오#아스텔앤컨#PD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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