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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오디오파일을 위한 조언들(2)
2026-04-06 · COLUMN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오디오파일을 위한 조언들(2)

HEADPHONESTY에서 언급한 오디오파일이 조심해야 하는 열 가지 조언들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이전 글을 못 보신 분은 위 링크의 글을 먼저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4. 그냥 자기 귀만 믿으면 된다.

청각과 시각

헤드포니스티에서 자신의 귀를 맹신하지 말라는 의도는 적절합니다. 생각처럼 사람의 청각 판단이 순수하게 청각에만 의지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자신의 것이 아무래도 더 좋게 들리는 경우 (혹은 더 좋게 들려야만 하는 경우)라든지, 제품의 가격과 같은 사전 정보로 인한 선입견도 작용합니다. 시각적인 요소도 무시 못 하죠. 때문에 헤드포니스티는 블라인드 테스트가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글쎄요. 이 주장 역시 음악을 듣는 이유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여지가 있습니다. 기기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가령 제품 리뷰가 주가 되는 경우에는 소리 외적인 요소를 될 수 있으면 제외하고 제품의 소리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올바르겠지만, 일반 유저 입장에서 과연 그게 맞을지는 의문입니다. 순수한 소리가 되었든 다른 여러 요소의 종합적 결과가 되었든 결국 중요한 것은 유저의 만족도일 테니까요.

이 부분 때문에 매번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는 주제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케이블 매칭, 전원 컨디션 같은 것들이 있겠고요. 얼마 전 헤드포니스티에서 다뤘던 CDP 관련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이야기들 모두 블라인드 테스트를 근거로 들면서 무용론을 주장합니다. 개인적으로 무용론이든 유용론이든 과학적이든 미신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판단을 자신에게만 적용하면 될 것을 자꾸 다른 이를 '계몽'하려 드는 태도가 문제입니다.

몇 년 전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과 토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학생들에게 토론을 할 때 자신의 생각과 전혀 다른 입장의 사람을 완벽하게 설득하는 것을 목표로 두지 마라. 그건 대체로 불가능하다. 대신 이런 이렇게 생각할 여지도 있다는 점 정도만, 다른 방향성만 인지시켜 주더라도 그 토론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애호가 입장에서 서로 공통으로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만,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행위는 사양입니다.

그래서, 리뷰를 하는 입장, 상황에서 저 주장은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음악 감상의 입장에서는 저는 반대로 '자기의 귀를 가장 중요시하는 태도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유저들에게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요? 유독 제품을 선택할 때 본인의 판단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보다 대중적인 것,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 곳이 우리나라라고 하네요. 물론 이후 중고 처분까지 고려하는 이유가 크지만요.


5. EQ 혹은 톤 컨트롤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

톤컨트롤의 효용성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이파이 유저들에게 EQ란 금기와도 같았습니다. 조금의 음의 순도를 위해 수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만큼, 그 순도를 깎아 먹는 EQ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오히려 기기에서 DIRAC을 지원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제품 선택이 달라질 만큼 DIRAC과 같은 룸 보정 프로그램의 활용이 유행입니다.

전용 청음실이 아닌 이상 특정 대역의 딥이나 피크를 피할 수 없으므로 이를 룸 보정을 통해 상쇄하는 일은 현명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EQ를 통해 깎아 먹는 순도보다 보정을 통해 얻는 보다 평탄한 대역이 더 크게 체감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룸 보정 또한 만능은 아닙니다. 보정을 해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측정 마이크의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세팅 값이 크게 달라집니다. 그 말은 측정 마이크를 설치한 위치, 특정 스폿 외에는 의도한 소리를 듣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제 경우 책상 파이로 세팅해 둔 시스템은 보정을 적용해서 사용 중입니다. 제가 앉아서 음악을 듣는 위치가 고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들을 일이 없거든요. 반면 작업실에 세팅해 둔 시스템은 룸 보정을 적용하지 않고 사용합니다. 해당 장소는 특정 스폿에 앉아 음악을 듣기보다는 다양한 위치에서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듣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EQ보다는 식물, 쿠션, 카페트 등으로 잔향을 조절하는 정도로만 세팅해 두었습니다.

뭐든 조미료처럼 상황에 맞게 적당히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헤드포니스티에서도 과도한 사용 또는 부주의한 사용은 주의라하며 EQ의 한계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도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주장은 반대, 이 문제는 헤드포니스티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6. 오디오 테스트는 오디오파일용 명반으로 해야 한다.

오디오파일용 앨범

이 역시 몇 년 전까지의 오디오쇼를 떠올리면 금세 이해가 갑니다. 어느 방에 들어가든 매번 익숙한 곡들이 흘러 나왔습니다. 이 곡들은 대게 두 가지 유형 중 하나였는데, 소리를 파악하기 좋은 곡들 또는 소리를 더 좋게 들려 주기 쉬운 곡들 위주로 플레이리스트가 채워졌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여전히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후자는 눈속임 혹은 상술이라고 봐야겠죠.

최근에는 행사 혹은 시연회에서 다양한 곡들이 활용되는 편입니다. 오디오쇼에서 AC/DC 음악을 들을 줄은 이전까지는 생각지 못한 일이었고, 어느 하이파이 시연회는 오디오 시스템은 말 그대로 음악을 재생하기 위한 도구일 뿐 보다 음악 자체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반길 만한 변화입니다.

어느 쪽이든 장단이 있습니다. 일률적이고 기계적으로 소리를 판단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오디오 애호가와 음악 애호가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만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지 오디오 시스템을 온전히 파악할 만한 일정 수준의 비율은 유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앞의 예를 가져 오자면 무조건 좋게 들리는 앨범은 피하되, 기기의 성능을 드러낼 수 있는 곡들이 최소한은 포함되어 있어야 순수 음악 감상회가 아닌 오디오 평가를 위한 시연회의 목적이 드러날 수 있을 겁니다.

헤드포니스티 역시 내용 중에서는 오히려 오디오파일용 앨범의 재생을 장려하는 뉘앙스의 문장이 보입니다. 혼잡하고 거칠며, 다이내믹한 음악을 들어 봐야 한다. 이런 음악을 들었을 때 기기의 밑천이 드러난다는데, 이 말이 즉 다른 의미의 오디오파일용 명반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소 제가 신보를 디깅하다가 저런 유형에 해당하는 곡들을 차곡차곡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오디오파일용 명반'이라는 정의에 들어 맞는 앨범, 곡이 어떤 것인지, 그 정의에 따라서 이번 주장은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드디어 6번까지 왔습니다. 다음 글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컬럼#오디오파일#HiFi#HeadFi#오디오 추천#오디오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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