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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아스텔앤컨을 더 작게, 아스텔앤컨 PD5

아스텔앤컨 PD5의 휴대성과 쿼드·옥타 DAC의 청감 차이를 살펴봤습니다. PD10과의 비교, 엔비로튠의 한계, 이어폰 매칭을 중심으로 정리한 사용기입니다.

익숙한 아스텔앤컨을 더 작게, 아스텔앤컨 PD5

PD10 다음에 PD20이 나왔을 때 숫자만 보고 상급기라고 생각한 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두 제품은 위아래로 단순하게 나눌 관계라기보다 서로 다른 방향을 택한 DAP에 가까웠고요. 가격적으로는 오히려 PD10이 상급기에 가깝습니다. 세 번째 제품의 이름은 PD30이 아니라 PD5입니다. 제품이 더 작아져 숫자도 줄어든 걸까요? 앞으로 라인업이 쌓이면 이름만으로 순서를 파악하기는 더 어려워질 듯합니다.

이름은 다소 혼란스럽지만 제품의 역할은 명확합니다. PD5는 과거 아스텔앤컨의 A&norma가 맡았던 자리를 잇습니다. 상급기의 모든 기능을 한 몸에 담기보다 실제 이동 중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와 긴 사용 시간을 우선하고, 그 안에서 아스텔앤컨다운 소리를 완성하는 라인업입니다. 이번에는 시러스 로직 CS43198을 여덟 개 사용한 옥타 DAC과 주변 소음을 분석하는 엔비로튠이라는 새 기능까지 넣었습니다. 작고 단순해 보이는 외형 안에 PD5만의 실험도 함께 담은 셈입니다.

PD 패밀리룩을 가장 단순하게

한 손에 든 PD5의 음악 재생 화면

PD 시리즈의 공통점을 하나 꼽는다면 반듯한 직육면체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PD10은 노브 하나 없이 각을 세웠고, PD20은 위쪽 양옆에 두 개의 노브를 뿔처럼 달았습니다. PD5는 이보다 전통적인 구성으로 돌아와 오른쪽 측면에 볼륨 노브를 배치했습니다. 그래서 전체 인상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모서리에 아주 작은 곡률을 줘 반듯하면서도 지나치게 날카롭지 않고, 전면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면을 하나의 알루미늄 소재로 통일했습니다. 뒷면에는 장식이나 강화유리 없이 상단 중앙에 아스텔앤컨 이름만 새겼습니다.

소재 자체를 디자인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시그마 BF 같은 유니바디 카메라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플라스틱이었다면 지나치게 평범해 보였을 형태지만, 정밀하게 가공한 알루미늄이 견고함과 고급스러움을 살립니다. 투명 TPU 전용 케이스도 외형을 가리지 않아 이런 현대적인 분위기와 잘 맞았습니다.

전면에는 4.1인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했습니다. PD10이나 SP4000을 보다가 PD5를 잡으면 확실히 작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화면 품질과 시인성은 준수하고, 기본 UI를 조작하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 같은 영상을 보기에는 답답하지만 음악 재생이 중심인 DAP라는 점을 생각하면 받아들일 만합니다.

PD5 전면 디스플레이와 하단 베젤

아쉬운 부분은 화면 주변 베젤인데요. 특히 아래쪽이 두꺼워 실제 화면이 외형보다 더 작게 보입니다. 베젤을 조금 줄여 화면을 키웠다면 단순한 디자인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을 듯합니다. 크기는 가로 약 70mm, 세로 약 120mm, 두께 약 16mm로 일반적인 스마트폰보다 작고 조금 두꺼운 정도라 한 손에 안정적으로 잡히는 게 좋았고요. 무게도 약 200g으로 크기에 비해서는 묵직하지만 최근 스마트폰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가벼운 수준입니다. 스마트폰 대신 한 손에 들고 다니는 사용법이라면 거부감이 크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노브는 볼륨만 조절하고 전원 버튼은 위쪽에 따로 마련했습니다. 상단 중앙에는 3.5mm 싱글엔드와 4.4mm 밸런스 단자가 있고, 그 양옆에는 엔비로튠용 마이크와 전원 버튼을 대칭으로 배치했습니다. 전원 버튼 중앙의 붉은 점과 마이크 주변의 원형 홈까지 시각적인 균형을 맞춘 점이 아스텔앤컨답습니다. 왼쪽에는 이전 곡, 재생·정지, 다음 곡을 담당하는 버튼 세 개뿐인데 미니멀한 외형을 유지하려고 표시는 모두 생략했지만 한 번 위치를 익히면 구분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아래쪽에는 microSD 카드 슬롯과 USB-C 단자가 자리합니다.

내장 저장공간은 64GB입니다. PD20이 256GB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품의 등급을 나눈 부분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껴집니다. 스트리밍 음원을 오프라인으로 내려받거나 로컬 음원을 많이 담는다면 microSD 카드를 사실상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적어도 128GB였으면 휴대용 모델의 편의성이 더 좋아졌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메모리 가격이 굉장해서 그랬다면 가격도 더 올랐겠죠.

여덟 개의 CS43198과 두 가지 구동 모드

PD5의 쿼드·옥타 DAC 설정 화면

A&norma는 전통적으로 시러스 로직 DAC를 사용해 왔습니다. PD5 역시 CS43198을 선택했지만 개수를 여덟 개로 늘렸습니다. 네 개의 CS43198을 사용했던 SR35보다 두 배 많고, 좌우 채널에 각각 네 개를 묶는 옥타 DAC 구성입니다.

설정에서는 여덟 개를 모두 사용하는 옥타 DAC와 네 개만 사용하는 쿼드 DAC를 고를 수 있습니다. 쿼드 모드는 채널당 두 개씩 작동하며 최대 재생 시간이 약 28시간입니다. 옥타 모드는 약 15시간으로 줄어듭니다. 차이는 크지만 15시간도 하루 이상 사용하기에 부족하지 않고 급속 충전도 지원하므로, 특별히 긴 배터리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저는 옥타 DAC를 기본으로 권하겠습니다.

어차피 스테레오는 두 채널인데 DAC를 여덟 개나 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신호를 여러 DAC에서 처리하고 결과를 합치면 서로 무관하게 생기는 노이즈를 줄이는 데 유리합니다. 배경이 정돈되면 신호대잡음비와 다이내믹 레인지, 채널 분리도처럼 음악의 미세한 표현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함께 개선될 여지가 생깁니다.

물론 수치가 좋다고 언제나 청감 차이가 그대로 따라오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제품은 보급형도 측정치가 충분히 높고, DAC 개수 외에 전원과 아날로그 회로 설계까지 결과에 함께 관여합니다. PD5가 재미있는 이유는 사용자가 같은 기기와 같은 회로에서 쿼드와 옥타를 바로 바꿔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펙 표보다 실제 차이를 직접 확인하기 좋은 구조이지요.

그밖에 PD5에는 SP4000 이후 적용된 ESA도 들어갑니다. 주파수별 신호가 회로를 통과하며 생기는 시간 차이를 줄여 정렬하는 기술입니다. DAR은 PCM 업샘플링과 DSD 변환을 선택할 수 있지만 고주파 신호 복원 단계를 추가한 어드밴스드 DAR은 아닙니다. PD10이 펌웨어로 어드밴스드 DAR을 지원했던 만큼, PD5에도 추후 확장된다면 공간 표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직접 들어 본 결과가 아니라 기대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최근 일부 아스텔앤컨 제품처럼 전용 크래들을 통한 XLR 출력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라인아웃은 3.5mm 또는 4.4mm 단자를 이용해야 합니다. 거치형 시스템까지 연결하는 확장성보다 단독 휴대성을 우선한 제품이라는 점을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변 소음을 듣는 엔비로튠

내장 마이크를 이용한 PD5 주변 소음 분석 안내

아스텔앤컨은 새로운 기기를 선보일 때마다 항상 하나씩 전에 없던 것을 선보이곤 합니다. 이번 PD5만의 새 기능은 엔비로튠입니다. 상단 마이크로 주변 소음을 분석하고, 그 환경에 맞춰 자동으로 EQ를 적용합니다. 휴대성을 강조한 DAP는 야외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높고, 이동 중에는 주변 소음이 음악의 저역과 작은 디테일을 가리기 쉽습니다.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 대신 재생 기기에서 보정을 시도했다는 발상은 꽤 기발합니다.

문제는 현재 작동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설정 화면에서 기능을 켤 수 있고 앱 목록에 아이콘도 보이지만, 아이콘을 눌러도 별도의 상태 화면이 열리지 않습니다. 어떤 소음을 감지했고 어느 대역을 얼마나 보정하는지, 곡이 바뀔 때 기준을 새로 잡는지조차 사용자는 알기 어렵습니다.

DAP의 위치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무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마이크는 귀 주변에 고정되지만 PD5는 손에 들 수도 있고 주머니나 가방 안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청자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이어폰을 사용하더라도 기기의 위치에 따라 마이크가 받아들이는 소음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이 차이를 어떻게 보정하는지는 설명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 EQ를 기본으로 하더라도 결과를 확인하고 취향이나 이어폰에 맞춰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활용도가 높아질 겁니다. 현재는 켜고 끄는 것 외에 사용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드웨어까지 새로 넣은 기능인 만큼 시각적인 피드백과 조절 항목을 펌웨어로 보강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효과를 극단적으로 확인하려고 엔비로튠을 켠 채 마이크 주변을 손으로 두드려 소음을 입력해 봤습니다. 약 5~6초 뒤 중저역 이하가 서서히 올라가며 소리가 다소 먹먹해졌고, 다시 조용해지면 페이드 효과처럼 천천히 원래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즉각적으로 수치를 바꾸기보다 환경을 잠시 분석한 뒤 점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보였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적어도 차음성이 준수한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엔비로튠을 켠 소리가 더 좋다고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현재 상태라면 저 역시 자주 사용하지 않을 듯합니다. 앞으로 분석 결과를 보여 주고 보정 범위를 조절하게 만들거나, 차라리 내장 마이크를 간단한 녹음 기능에도 활용할 수 있다면 존재 이유가 더 분명해질 겁니다.

쿼드와 옥타는 생각보다 다릅니다

PD5 상단의 헤드폰 단자와 전원 버튼

소리를 들으며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두 DAC 모드의 차이였습니다. 옥타 DAC로 바꾸면 같은 볼륨 숫자에서도 쿼드보다 약 4~5단계 크게 들립니다. 정확히 비교하려면 쿼드 모드의 볼륨을 그만큼 올려 음량부터 맞춰야 했습니다. 하지만 음량을 맞춰도 차이는 남습니다. 옥타 모드에서는 저역의 펀치가 더 단단하고, 중역 음상의 밀도와 외곽선이 선명합니다. 고역의 미세한 소리와 잔향도 더 잘 살아나고요. 각각의 음에 실리는 에너지뿐 아니라 음상 사이의 여유와 공간의 크기에서도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조용한 실내에서 차이가 더 잘 드러나지만 주변이 시끄럽다고 쿼드와 같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옥타의 공간이 더 여유롭고 소리가 꽉 찬다는 인상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단순히 DAC 칩 수 하나의 효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구동 방식과 후단 회로의 총합으로 봐야겠지만, 적어도 PD5에서는 배터리를 줄여 얻는 청감상의 이득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28시간이 꼭 필요한 여행이나 장거리 이동에서는 쿼드가 유용하지만, 평소 음악을 제대로 들을 때는 옥타로 고정해 두는 편이 PD5를 산 이유에 더 잘 맞습니다.

다시 만난 A&norma의 익숙한 음색

유선 이어폰을 연결한 PD5의 재생 화면

옥타 DAC를 기준으로 들으면 익숙한 아스텔앤컨의 맛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PD10과 PD20은 이전 세대보다 음선을 또렷하게 세우고, 긴 여운보다 탄력 있는 타격감에 조금 더 힘을 준 젊은 소리였습니다. 토널 밸런스도 살짝 밝아졌고요.

반면 과거 A&norma는 플래그십보다 무대의 크기와 배경의 정숙성, 끝음의 정교함에서는 한계가 있어도 음색만큼은 전형적인 아스텔앤컨의 기준을 지켰습니다. 모든 대역을 과하지 않게 다듬고 오래 들어도 편안한 질감을 만드는 것이 장점이었습니다. PD5는 이 성격을 현재의 성능으로 끌어올린 제품에 가깝습니다.

약간 따뜻한 톤을 바탕으로 음선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다듬습니다. 특정 대역이 앞으로 튀지 않고 밀도도 충분해 음악이 안정적으로 이어집니다. PD20이 ‘이것도 아스텔앤컨인가?’라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새로운 쪽이라면, PD5는 ‘이게 아스텔앤컨이지’라는 반응이 자연스럽습니다. 제품 내 가격 단계와 별개로 이 익숙하고 편안한 음색을 PD5에서 더 선호하는 분도 많을 듯합니다. 보급기라는 이름 때문에 미리 선을 그을 필요가 없었던 SR25와 SR35의 장점을, 네이밍과 디자인을 바꾼 뒤에도 잘 이어 갔습니다.

PD10과 비교하면 가장 먼저 공간의 여유에서 차이가 납니다. PD10은 객관적인 무대가 더 넓고 음상 외곽도 선명합니다. 악기 사이의 빈 공간이 잘 보여 같은 음악도 조금 더 탁 트여 들립니다. 이에 비해 PD5는 무대가 상대적으로 작고 각각의 음상이 조금 더 도톰하게 부풀어 있습니다. 소리 사이의 여백은 줄지만 따뜻한 토널 밸런스와 만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이어집니다. 빠른 트랜지언트와 복잡한 대편성에서 모든 선을 정확히 나누는 능력은 PD10이 앞서지만, 일반적인 곡에서는 성능 차이보다 음악을 표현하는 취향 차이로 받아들일 부분도 많습니다.

PD5 측면의 재생 조작 버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처럼 큰 무대와 화려한 대편성을 요구하는 음악에서는 체급 차이가 금방 드러났습니다. 공간 자체의 크기까지 성향이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팝과 힙합처럼 넓은 홀보다 일정한 공간을 에너지로 채우는 음악에서는 격차가 크게 줄어듭니다. PD5의 음상은 청자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당겨지고, 작은 공간을 밀도 있게 채웁니다. 상급기보다 무대가 좁다는 사실이 장르에 따라서는 보컬과 비트의 존재감을 높이는 장점으로 바뀌는 셈입니다.

테이트 맥레이의 ‘Just Keep Watching’은 PD5의 장점을 확인하기 좋은 곡이었습니다. 이 음악은 무대가 끝없이 넓게 펼쳐지기보다 일정한 공간 안에서 저역의 펀치와 울림, 보컬의 선명도, 여러 리듬의 움직임이 얼마나 살아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PD5는 저역을 단단하게 밀어 주면서도 보컬이 비트에 묻히지 않게 중앙을 유지합니다. 각 소리가 조금 가까워진 대신 빈틈없이 채워지는 에너지와 무게, 밀도에서 듣는 재미가 있습니다. PD10은 더 큰 음상과 여유를 품을 수 있지만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바로 전달되는 쾌감은 오히려 PD5가 강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이어폰은 지나치게 중립적인 제품보다 약간의 개성이 있는 쪽이 잘 맞았습니다. PD5 자체가 약간의 온기를 제외하면 균형이 무난하고 음선도 둥글게 정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역 양감을 갖추면서 중고역이 시원하고 음선의 날이 살아 있는 페이스 오디오 U1000과 연결했을 때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이어폰에서 중고역의 개방감이나 음선의 에지를 보태는 방향으로 매칭하면 PD5의 안정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더 분명한 취향을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PD5의 DAR 설정 화면

마지막으로 DAR은 PCM 모드로 켜 두는 쪽을 권합니다. 차이는 크지 않지만 끈 상태보다 음선이 조금 더 선명하고 좌우 공간도 넓게 느껴졌습니다. PD5가 가진 공간의 한계를 완전히 바꾸는 기능은 아니어도 별도의 부담 없이 얻을 수 있는 작은 보완입니다.

총평

크기가 다른 아스텔앤컨 DAP 세 대의 외형 비교

아스텔앤컨 PD5는 과거 A&norma가 지켰던 휴대성과 익숙한 음색을 새로운 PD 디자인 안에 옮긴 제품입니다. 스마트폰보다 작은 알루미늄 몸체와 15시간의 옥타 DAC 재생 시간은 실제 이동 중에도 DAP를 들고 다닐 수 있게 하고, 여덟 개의 CS43198은 작은 크기에서 소리의 밀도와 해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립니다.

상급기인 PD10과 비교하면 무대의 크기와 음상 사이의 여유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대신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 앞으로 조금 당겨진 밀도 높은 표현은 팝과 힙합에서 듣는 재미로 이어졌습니다. 어느 대역도 과하게 튀지 않는 균형은 이어폰의 개성을 받아 주는 좋은 기준점이기도 합니다.

쿼드 DAC의 28시간 배터리는 필요할 때 유용하지만 소리의 에너지와 공간까지 생각하면 평소에는 옥타 DAC가 PD5의 본래 성능을 더 잘 보여 주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기왕 좋은 기기에 투자했으니 가능하면 최대 성능을 온전히 사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하고요. 단점을 꼽자면 64GB 내장 메모리와 두꺼운 하단 베젤은 아쉽고, 엔비로튠은 흥미로운 발상에 비해 현재 사용자가 확인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적습니다.

그럼에도 큰 DAP의 무게와 크기 때문에 전용 플레이어를 포기했던 분이라면 PD5의 균형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플래그십의 모든 확장성을 좇기보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와 오래 듣기 편한 아스텔앤컨의 기준을 우선한 제품이니까요. 오랜만에 플래그십이 아닌 제품에서 다시 익숙한 아스텔앤컨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어서 반가웠던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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