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CTEC AB92
클라우스 하인츠의 새로운 도전, 그런데 AMT가 아니네?
클라우스 하인츠(Klaus Heinz)는 AMT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로 오디오 분야에서 살아 있는 전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유명 엔지니어입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브랜드 아담 오디오(ADAM AUDIO)와 헤드 오디오(HEDD AUDIO)는 프로와 컨슈머 모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그런 클라우스 하인츠가 작년에 새로운 브랜드를 설립했네요. ARCTEC이라는 '헤드폰 브랜드'입니다. 제가 알기로 클라우스 하인츠가 스피커가 아닌 헤드폰에 관심을 가지고 제품 개발을 한 게 HEDD 시절부터였을 겁니다. 당시, 그리고 지금도 AMT를 사용한 헤드폰을 개발한 곳은 HEDD 정도뿐입니다. 역시나 AMT의 아버지다운 행보라 하겠습니다.

HEDD폰을 통해 헤드파이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는지, 이번에는 아예 헤드파이 브랜드를 설립했네요.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클라우스 하인츠가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선보이는 첫 번째 헤드폰으로 AMT가 아닌 평판형 드라이버 헤드폰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아니 이러면 배신.. 아닌가요..?
이미 헤드파이 업계에서 유명한 평판형 헤드폰 제조사들이 많이 존재하는 가운데, 새로 개발한 드라이버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굳이 이런 과감한 도전을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클라우스 하인츠 정도의 경력과 업적을 생각하면 말이죠.

다이어프램의 두께는 1.2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굉장히 얇은데, 여기에 99.99% 순도의 은을 증착시켰다고 합니다. 은이 가지는 고전도도 특성을 활용한 초박형 다이어프램 덕분에 고음역대 대역폭을 50kHz 가까이 올릴 수 있었답니다.
제품명인 AB응 'Air Borne'의 앞글자를 따온 것입니다. 이름처럼 기류를 막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밖으로 배출시키기 위해 AB92는 이어컵 후면을 그릴로만 처리해 두었습니다. 그릴은 순전히 내부 드라이버 보호 용도 정도로 보이네요. 하이파이맨의 극단적인 후면 개방형 디자인도 그렇고 최근의 개방형 헤드폰들은 이름처럼 완벽한 후면 개방 디자인이 유행인가 봅니다. 참고로 AB 뒤에 붙는 92는 드라이버 직경을 뜻합니다.
다소 고전적인 헤드밴드 디자인까지 더해지면서 AB92는 나름의 독특한 외양을 갖추었습니다. 생김새만 보면 여느 헤드폰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빈티지함과 현대적인 세련미가 공존하는 듯한, 마치 잘 가꿔진 올드카를 연상케 합니다. 이 정도 가격대의 하이엔드급 헤드폰은 소리도 당연히 좋아야겠지만 그 만한 가치를 외적으로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AB92는 일단 합격입니다.
주파수 응답은 5Hz-46kHz까지로 고역만큼 저역도 굉장히 낮게 내려가고요. 임피던스는 33옴으로 무난하지만 대신 감도가 90dB SPL/mW로 클라우스 하인츠 작품답게 상당히 낮습니다. 대신 걱정스러웠던 무게는 540g, 다행히 500g대네요. HEDD폰1을 생각하면 무게따위 신경쓰지 않고 소리에 몰빵할 만도 했을 텐데, 이제 어느 정도 헤드폰에 대한 감각이 생겼나 봅니다.

HEDD도 최근 출시한 D1에서는 AMT 대신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사용했고, 이번 ARCTEC도 평판형 드라이버를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잠시 AMT 사용 헤드폰의 명맥이 끊기게 됐습니다. ARCTEC의 이번 선택이 단순한 외도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될지에 따라 AMT 드라이버 헤드폰의 운명이 갈릴 듯합니다.
AB92의 국내 출시가가 벌써 정해졌더군요. 449만 원입니다만, 이번에도 아마 출시 기념 행사가는 정가 대비 많이 내려가지 않을까 합니다. 신생 브랜드 제품, 그것도 고가의 제품을 소개할 때에는 보통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데 이번에는 걱정보단 기대가 되는 헤드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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