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텔 미치 프레스티지
보급형 미치, 득일까 실일까
며칠 전 로텔에서 티저로 공개했던 신규 라인업의 정체는 '미치 프레스티지'였습니다. 제품은 두 가지, CDP인 Q430과 DAC 포함 인티앰프인 X430입니다. 제품을 살펴보기 전에 미치 라인업이 로텔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한번 따져볼까 해요. 그래야 이번에 발표한 두 제품, 나아가 프레스티지 라인업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치는 단연 로텔의 플래그십 제품군에 붙는 명칭입니다. 현대와 제네시스처럼, 토요타와 렉서스처럼 미치는 실용기라는 기존 로텔 이미지에서 벗어난 프리미엄 라인업, 혹은 별도로 관리되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미치는 1990년대 초에 처음 등장했지만 이후 단종되었다가 2020년에 2세대로 다시 부활하게 됩니다.
부활한 2세대 미치 역시 1세대처럼 확실한 프리미엄 제품군으로의 위용을 갖추었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로텔의 인기가 해외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저는 너무나 평범한 외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오디오의 본질이 소리라고 하더라도 거실 또는 청음실 전면 중앙에 큼지막하게 놓이는 제품의 외관이 눈에 차지 않는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을 거예요. 그런 면에서 미치는 기존 로텔 제품군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진 외관, 덩치로 만들어졌습니다. 당연히 가격도 그만큼 비싸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성능과 투입된 물량을 생각하면 여전히 비교적 합리적인 하이파이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2세대 미치는 몇 년 전 시리즈2까지 출시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24년 말에는 미치 라인업의 CDP인 Q5까지 출시되면서 하나의 라인업이 얼추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여기에 더해서 미치의 새로운 라인업, 프레스티지를 추가한 겁니다. 제가 알기로 과거 미치는 그냥 하나의 라인업이지 그 안에 세부적으로 상하 구분을 두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치 그 자체가 프리미엄, 로텔의 최고 지위에게 붙는 수식어이니 그 자체로 완성인 것인데 굳이 여기에 다시 하위 라인업을 만들 이유도 의지도 없던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프레스티지 라인업이 추가되면서, 기존에 '그냥' 미치였던 제품들에게는 레퍼런스 라인업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좀 의아해요. 구태여 미치 안에 상하위 구분을 만들어야 했을까. 그럴거면 그냥 프레스티지 라인업에 미치라는 네이밍 대신 로텔의 새로운 상위 라인업으로 발표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브랜드 내에서 전문가들이 수많은 고민을 한 결과일 테니 이후 시장의 반응을 살펴봐야 알겠지만 제 시각에서는 조금 아쉬운 선택으로 보입니다.

기존 미치(레퍼런스 라인업)와 이번에 추가된 프레스티지 라인업은 섀시부터 차이가 큽니다. 간단하게, 미치 Q5는 23kg, Q430은 8.8kg입니다. 기존 미치가 전체 통알루미늄 절삭으로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좌우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CNC 가공 알루미늄 방열판을 비롯한 섀시 두께부터 확실한 하이엔드급 제품임을 보여 주는 데에 반해 이번 프레스티지 라인업 제품은 모두 상대적으로 얇은 알루미늄 판을 접어서 사용했습니다.

아시겠지만 하이엔드급으로 갈수록 결국 진동, 차폐와의 싸움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존 미치가 견고한 CNC 절삭 섀시, 그 안에 로텔이 자랑하는 대규모 물량을 투입하고도 여느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적당한 가격대를 유지했던 게 큰 매력 포인트였고요. CDP만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제조사에서 밝히고 있는 음질 관련 스펙은 Q5와 Q430이 별 차이가 없긴 합니다. 다만 이런 스펙만으로 비교하자면 이미 수치적으로 더 뛰어나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한 차이파이 제품들을 두고 미치를 선택할 이유 자체가 없습니다. 결국 들어 보고 판단해야겠지만, 글쎄요. 과연 기존 미치의 가치, 이미지를 고려했을 때 지금의 미치 프레스티지과 과연 '미치'라는 네이밍에 어울리는 제품인지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제 시각에서는 이번 미치 프레스티지 라인업은 기존 로텔의 투박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미치스러운 고급 옷을 입힘으로써 만들어진 미치로 보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 참에 기존 로텔 제품들의 디자인을 리뉴얼하면서, 새로운 로텔 패밀리룩을 만드는 기회로 사용하는 게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기존 미치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탐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사람에게 이번 미치 프레스티지가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선택지가 로텔, 미치로 한정될 때의 이야기겠고요. 수많은 하이파이 브랜드들 사이에서 프리미엄을 다소 벗어 버린 미치 제품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당분간 시장 반응을 좀 지켜볼까 합니다. 제 생각과 시장 반응이 이렇게 다르구나 혹은 역시 그랬구나처럼, 오디오 시장을 이해하는 데에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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