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udio First Designs Cadentia3
포텐은 높아 보이지만 극저역이 문제구나
구로에 있는 수입사인 '인클로저'를 방문해서 오디오 퍼스트 디자인(Audio First Designs)의 카덴티아3를 듣고 왔습니다. 스피커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은 이전에 작성한 글의 링크를 통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에서는 간략하게 청음기만 남기려 합니다.
생각보다 크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북셸프처럼 작은 것도 아니고요. 궤짝형 중에서 살짝 작은 정도, 체감상 JBL의 L100과 엇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참고로 시청실에 전시되어 있는 카덴티아3는 대표님표 특주품이라 해야겠습니다. 인클로저 재질이 달라요. AFD 홈페이지를 보면 원래 제품은 완제품이든 KIT든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합니다. 지금 수입사 상품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것도 이게 기본이고요. 전시품의 경우 대표님이 합판 대신 원목으로 제작하고 싶어서 별도로 주문 제작한 것이라 합니다.
확실히 원목이 보기에 고급져 보입니다만 한 가지 의문은 전면 베플까지도 원목을 사용하셨는데요. 이 부분까지 바꾸게 되면 기존 제품과 소리가 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샘플 청음 상황에서는 실제로 소비자가 구입하는 제품과 샘플의 소리 차이가 큰 게 단점이 될 수도 있겠고요. (찾아 보니 기본 베플은 MDF에 페인트 도장으로 마감한 듯합니다.)
마치 하나의 세트로 보이는 하단의 스탠드도 대표님이 별도로 주문 제작하신 것이라 합니다. 애초에 카덴티아3는 전용 스탠드의 개념이 없다네요. 유저가 따로 준비해야 한다고 합니다. 청음을 하면서 스탠드에 가만히 손을 대 보니 진동이 제법 느껴집니다. 만약 제가 사용한다면 제 취향은 일단 철제 스탠드를 고려할 듯합니다.

옆에는 부카드 오디오 북셸프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부카드 오디오도 많이 궁금했는데 이번에는 듣진 못하고 실물 구경만 하고 왔습니다. 어쩌다 보니 두 제품 모두 원목의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함께 두니까 확실히 멋지긴 하네요.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라도 원목 인클로저로 제작하신 게 아닐지.
소스기나 앰프에 대한 정보는 듣지 못했습니다. 케이블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실용적으로 세팅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이파이뿐 아니라 AV 쪽도 다루시는 듯 앰프도 멀티 채널 프로세서를 활용하고 있었고요. 음악은 스포티파이 스트리밍으로 청취했습니다. 좋게 보자면 다른 주변 기기 덕을 보지 않는, 오롯이 스피커만의 성능으로 소리를 이끌어야 할 만한 세팅이라 하겠고, 나쁘게 보자면 스피커가 가진 포텐을 보다 끌어 올릴 수 있을 만한 부분들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4~50분 가량 혼자서 느긋하게 제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들을 찾아 들으면서 다양한 장르를 두루 틀어 봤습니다. 제법 많은 곡을 들었는데요. 솔직히 듣고 온 지금도 카덴티아3를 온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곡에 따라 만족도가 너무 크게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이 곡은 소화를 잘 하는데 저 곡은 좀 안 어울리네, 이런 뜻이 아니라 곡에 따라 소리의 확산감이라든지 공간 장악력 등의 편차가 굉장히 큰 편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곡에서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가도 또 어떤 곡에서는 일단 스케일부터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먼저 곡들을 들으면서 공통적으로 느껴졌던 부분들 먼저 정리를 해 볼까요. 일단 다분히 현대적인 사운드였습니다. 특히 중역대 이상의 질감은 타이트하고 빠른, 선명함이 강조되는 그런 소리로 들렸어요. 확실히 TPCD 드라이버라는 게 민첩한 반응에 있어서는 장점, 혹은 특유의 개성이 있는 드라이버 같습니다. TPCD 드라이버를 사용한 기존의 하이파이 브랜드들 중에는 퍼리슨, 스캔스픽 등이 있는데, 이 녀석들을 청음했을 때에도 비슷한 결이 느껴졌거든요. 장점이라면 일반 KIT 가격 기준 590만 원에 이 정도의 해상력을 들려 주는 스피커라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음색적으로는 딱히 튀는 부분 없이 무난한, 밸런스가 잘 맞는 소리라 하더라도 제 귀에는 약간은 과한 또렷함이라 해야 할지, 과한 선명함이라 해야 할지, 이 질감 면에서 조금은 딱딱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곡에 따라 좀 차이가 커서.. 참 명확하게 말하기가 어렵네요. 대체로 보컬에서 음선이 너무 또렷하게, 살짝 도드라지게 들릴 때가 있었는데요. 제가 제작자의 배경을 알고 들어서 그런지 언뜻 동축 드라이버를 듣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제작자의 이전 직장이 KEF랍니다.

9인치 페이퍼콘 우퍼 드라이버는 본인이 내 줄 수 있는 저역 내에서는 정말 충실하게 소리를 내 줬습니다. 타격감도 좋았고, 저역 비트 덩어리의 볼륨감도 훌륭했습니다. 곡의 볼륨을 좀 올리면 저역 비트의 타격감을 몸으로 느낄 수도 있었어요. 제 취향이겠지만 알맹이가 단단하더라도 음선의 경계, 가장자리가 너무 딱딱하게 표현되는 저역보다는 그래도 아주 약간의 울림이 묻어 나는 저역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페이퍼콘 우퍼의 소리를 마음에 들어 하는데, 요 녀석도 저역 표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확실히 극저역이 아쉽습니다. 지금보다 조금은 더 떨어질 것도 같은데, 이게 어느 선 이하는 표현이 안 돼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갔지만 생각보다 더 칼 같이 딱 구분이 되어 버려서 좀 의외일 정도였습니다.
애초에 극저역이 등장하지 않는 곡을 들으면 어떠냐. 그렇다 하더라도 순간 순간 전체 소리가 살짝 위로 뜨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 재생이 되는, 대부분의 악기 소리 표현은 불만이 없는데 그럼에도 간혹 가다가 '아 살짝 뜬다, 살짝 아래가 빈다' 등의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제가 카덴티아3를 운용하게 된다면 무조건 서브우퍼는 물려서 사용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들어 본 건 아니지만 아마 서브우퍼가 있고 없고에 따라 만족도가 아예 달라질 만한 소리였습니다.

듣고 오니 헷갈리는 부분들, 일단 전반적으로 좌우 혹은 뎁스에 비해 상하 공간의 활용이 좀 아쉽습니다. 분명 약음 표현도 좋았고, 해상력도 뛰어났는데 그럼에도 소리가 살짝 위아래 모두 좀 눌린 것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아서 의외였습니다. 그래서 청음실의 환경이 좀 아쉬웠어요. 혹시나 지금 제가 꼽았던 아쉬운 부분들, 중역의 음선이라든지 공간적인 활용 문제가 소스쪽 한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주 조금씩만 가다듬어진다면 확실히 스피커가 가진 포텐 자체는 상당히 높아 보였습니다.
애매하죠.ㅎㅎ 이리저리 조금 만져 보면 확 올라갈 것처럼 느껴지지만 또 막상 해 봐야 아는 것이고, 여기에 인클로저 재질이라든지 특히 베플 재질도 일반 버전은 또 어떻게 들릴지 감이 안 오기도 하고요. 지금 상황에서는 카덴티아3에 대한 평가가 긍정에 조금 치우치긴 했으나 그렇다고 자신 있게 추천할 정도는 아닌, 그 정도입니다. 국내 유저 사용기는 아직 전무하지만 해외 평은 극찬에 가까운데,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확실히 음역대 밸런스 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긴 하더군요. 특별히 도드라지는 부분 없이, 그렇다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이 무난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생김새에 비해 제법 지향성이 좀 강한 스피커 같습니다. 청음하면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귀의 높이도 좀 바꿔 가면서 들었는데 그때마다 소리 차이가 제법 컸습니다. 제 취향에는 토인각을 살짝 줄여서 듣는 게 더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었고, 확실히 높이는 스탠드를 통해 제대로 맞춰 들어야 제 소리를 들을 수 있겠습니다.
키트 형태로 이 정도 스피커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긴 합니다. 나중에 수입사 쪽에서 여건이 된다면 대여 청음을 통해 홍보를 하는 것도 제품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야 더 다양한 환경에서의 사용기도 쌓일 수 있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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