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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과 관련한 재미있는 경험들
2026-02-01 · TURNTABLE

턴테이블과 관련한 재미있는 경험들

GLV 신년 청음회

GLV 청음회는 다른 청음회들과는 달리 기기뿐 아니라 순간 순간 그 자리에서 변경되는 오디오 세팅의 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대표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한데, 스피커 간격을 바꿔 보기도 하고, 스피커 슈즈의 유무에 따라 밸런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바로 확인해 보는 것처럼 오디오 마니아들이 함께 즐기면 재미가 배가 되는 요소들이 감초처럼 들어 있습니다. 같은 시스템이라도 변인을 건드리면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하나 하나가 소리에 이 정도로 큰 영향을 준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청음회에 모인 사람들끼리 그 자리에서 보다 취향에 맞는, 그날의 컨디션에 맞는 세팅을 찾으면서 즐기는 거죠.

이번 청음회의 주인공은 턴테이블이었습니다. 얼마 전 비공개 청음회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던 제이시코라(J.Sikora)의 입문기, 에스파이어를 가지고 다양한 판들을 비교해 가면서 듣는 자리였어요. 에스파이어는 제조사에서도 상급기에서 내려온 핵심 기술을 담아 입문기지만 제이시코라다운 사운드를 목표로 한 모델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생김새는 정갈하지만 21kg으로 제법 무거운 편이고, 금속 가공업 출신 대표가 설립한 브랜드답게 정말 다양한 소재를 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첫인상은 '깨끗하다'였습니다. 분명 LP가 소스임에도 마치 스트리밍을 듣는 듯한 깔끔하고 청명한 소리여서 의외였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접하는 브랜드였기 때문에 원래 이런 소리를 추구하는 브랜드인가 싶은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첫곡으로 들은 블루 트레인을 들을 때에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전반적으로 밝게 들려서 평소 제가 익숙한 버전이 아닌 리마스터 앨범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청음회 시작 직후 몇 곡은 세팅도 바꿔 가며 비교 청음을 진행했습니다. 좌우 스피커의 간격을 조금 벌렸을 때와 좁혔을 때, 그리고 또 각각의 상황에서 밑에 슈즈를 끼우거나 벗기면서 들었는데 그때마다 소리에서 정말 민감하게 반응을 하더군요. 제가 듣기에는 스피커 간격이 좁을 때에는 슈즈를 끼우는 게 더 마음에 들었고, 스피커 간격을 벌렸을 때에는 반대로 슈즈를 벗겼을 때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슈즈를 끼우면 예상하시다시피 음상이 보다 정돈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저역도 보다 단단해지고 개개의 음상 및 음선도 더 또렷해지지요. 덕분에 좌우 간격을 좁혔을 때 살짝 뭉쳐 들리던 소리들이 한결 또렷하게 구분되었습니다. 대신 가뜩히나 깨끗한, 선명한 소리가 보다 강조되는 쪽의 세팅이어서 말 그대로 LP 사운드에 어울리는 튜닝인가에 대해선 좀 의문이 드는 쪽이었어요. 제 취향에서는 스피커의 간격을 벌림으로써 뭉쳐지는 소리에 공간적인 여유를 주고, 슈즈 없이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풀리는 음선이 듣기에 좋았습니다. 해상력을 우선으로 한다면 선택이 달라지겠지만 저는 오늘 처음부터 LP를 듣는구나 하고 왔으니까요.

마지막

오늘의 가장 큰 쇼크는 파워 서플라이에 따른 소리 차이였습니다. 턴테이블에서 모터에 전달되는 전원만 바뀌었을 뿐인데 소리가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는 건가 싶은 수준이었어요. 이건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청음회에 참석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이건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직접 들어 봐야 안다는 말이 딱 맞는 경험이었습니다.

기본 파워 서플라이 상태에서의 에스파이어는, 앞서 말한 것처럼 깨끗하고 깔끔한 성향이었습니다. 기본 상태에서도 훌륭한 정숙함에 전체적으로 번짐 없이 또렷하게 들리는 음상이어서 소스가 LP라 말하지 않는다면 잘 관리된 LP를 들을 때에는 이게 LP인지 스트리밍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을 듯한. 그래서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이시코라는 턴테이블인데도 굉장히 클린하게 가는구나. 거의 스트리밍에 가까운 느낌이 특징인가 보다”라고 받아들였고요.

그런데 여기서 파워 서플라이를 동사의 별매 제품인 레퍼런스 파워 서플라이로 교체하자 첫 음이 터지자마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그 누구보다 진득한 LP 사운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음색만 바뀌는 게 아니라, 제가 체감하기로는 스피드 자체가 이전보다 살짝 느리게 들릴 정도로 변화가 컸습니다. 덕분에 음상이 더 진하고 묵직해지고, 잔향과 울림이 바닥에 쫙 깔리는 느낌이 분명하게 살아났습니다. 누가 들어도 완성된 턴테이블 시스템에서 들을 수 있는 LP의 질감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소리였어요.

비유하자면 기본 서플라이는 청정수 같은 깨끗함, 레퍼런스 서플라이는 위스키 같은 진득함이 매력이었습니다. LP 음감의 관점에서라면 아마 대부분 후자의 손을 들어 줄 것 같아요. 다만 장르나 취향에 따라서는 전자의 소리도 분명 매력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같은 턴테이블이 전원부 하나로 이렇게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했고,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오늘의 주제였던 제이시코라 턴에 대한 소감이었다면, 다음은 이번 청음회의 또다른 재미였던 LP 판의 비교 청음 이야기를 끝으로 덧붙일까 합니다.

흔히들 리마스터된 음원, 앨범을 개선판처럼 받아들이곤 하죠. 그런데 앨범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이라면 정말 리마스터가 늘 더 좋을까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원본의 질이 좋지 않은 경우 리마스터 과정에서 무언가 과한 보정이 들어간 결과물에는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함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소리를 과하게 깨끗하게 만들려다 밸런스를 깨버리는 경우요. 겉으로는 선명하고 정돈돼 들릴지 몰라도, 막상 곡 전체로 보면 각 파트의 조화가 흐트러지고 음악이 원래 갖고 있던 질감이 얇아져 버리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LP라는 매체에서 특히 도드라지고요.

마지막

관련해서 떠오르는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몇 년 전 모파이의 리마스터 LP들이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는데, 핵심은 AAA로 알고 비싼 값을 지불해서 구입한 LP가 실제로는 DSD 같은 디지털 공정을 거친 타이틀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소송과 집단 합의까지 이어진 걸로 압니다.

재미있는 건 논란과는 별개로 이 이슈가 디지털이면 무조건 나쁘다로 단순화되진 않는다는 점이에요. 레딧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그래도 소리는 좋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나오던 부정적인 의견의 포인트는 제가 위에서 말한 그 지점과 겹칠 때가 있습니다. 어떤 타이틀은 너무 깨끗하고, 압축된 듯하고, 건조한 소리로 들린다는 식의 평가들도 많습니다. 이는 결국 AAA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리마스터 과정에서 과도한 보정에 의한 결과물의 밸런스가 문제라는 말로 수렴하곤 하죠.

원 녹음 자체가 아주 훌륭하다면 리마스터는 단순히 정리의 방향으로 가더라도 큰 부작용 없이 이득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본이 이미 가진 약점이 있는 상태에서 그걸 억지로 현대적인 음질로 만들겠다고 과하게 만지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질 때가 많았어요. 몇 년 전 비틀즈 전집 리마스터 CD를 들었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늘 홍보 문구로 따라붙던 “깨끗하고 현대적인 음질로 다시 태어났다”는 말과 달리, 제 기억 속 그 소리는 아직까지도 썩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지 않거든요.

깨끗하다, 스테레오감이 좋다, 음상이 또렷하다 같은 표현은 오디오에서 분명 칭찬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음원을 강제로 그렇게 만들 때, 그것도 과하게 보정했을 때 과연 그 음원이 멀쩡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기술이 더 발전하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경험상 불쾌한 골짜기에 빠지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언뜻 비슷하게 흉내는 냈는데, 그 닮음이 어설퍼서 오히려 거북하게 느껴지는 순간들 말입니다.

LP에서 초반이 갖는 가치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전제는 있습니다. 애초에 잘 만든 앨범일 것.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반들은 이미 그 잘 만들어진 상태 자체로 검증을 받은 경우가 많으니 초반을 잡았을 때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초반만 고집하기가 거의 불가능하죠. 가격도, 물량도, 컨디션도 그렇고요.

결국 대부분의 선택지는 리이슈반으로 좁혀지는데, 여기서부터는 듣는 사람의 판단이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리이슈라는 이름 아래서도 결과물의 편차가 크고 그 차이를 가르는 핵심이 종종 과도한 보정이기 때문입니다. “더 깨끗하게, 더 또렷하게”라는 명분으로 밸런스를 깨뜨린 판을 피하고 오히려 원본의 의도를 살리면서도 개선이 느껴지는 긍정적인 리마스터반을 잘 골라낼 수 있다면 리이슈반에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소리를 만날 수 있겠지요.

마지막

제가 내린 오늘의 결론은 단순합니다. 요즘 같은 환경에서는 초반을 무조건 고집하기보다 리이슈를 고를 때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보다 앞서 제작자 쪽에서도 모든 음원들을 억지로 현대적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음악의 균형과 조화를 우선하는 현명한 리마스터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좋은 턴테이블로 그 차이를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턴테이블에 대한 신기한 이해, 여기에 LP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비교 체험까지,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운 하루였습니다. 좋은 자리 만들어 주신 하이파이이머전 방장님과 GLV 대표님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리뷰#TURNTABLE#하이파이#GLV#J_SIK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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