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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너스파베르 아이다2 & 아마티 수프림
2026-05-24 · SPEAKER

소너스파베르 아이다2 & 아마티 수프림

소너스파베르의 과거와 현재

소너스파베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외적으로는 악기를 연상케 하는 잘 다듬어진 목재의 무늬가, 소리적으로도 외형을 그대로 옮긴 듯한 여운과 고운 중고역의 음선 등이 그렇습니다. 소너스파베르 역시 시대에 맞춰 변화해 왔지만 그 기저에는 여전히 소너스파베르만의 개성이 담겨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로이코에 방문해서 소너스파베르의 현실적인 플래그십 아이다2와 파격적인 변신을 꾀한 아마티 수프림을 듣고 왔습니다. 다양한 조합과 환경에서 들은 것이 아닌 단편적인 청음 경험만으로 섣부르게 단정짓기 어렵지만 적어도 오늘 들었던 결과물들은 지금껏 제가 로이코에서 들었던 소리들 중 손에 꼽히는 소리였습니다. 소리의 결이 너무나 달라서 그렇지 두 시스템 모두 각자가 보여주려 했던 방향에 맞춰 하이엔드라는 단어에 잘 어울리는 연주였다고 하겠습니다.

먼저 아이다2부터 볼까요. 약 1.7m의 높이에 채널 당 160kg이 넘는 대형기입니다. 전면에는 상단에 실크 돔 트위터와 미드 드라이버, 그 아래 2개의 우퍼가 보이고요. 바닥에는 Z.V.T라 하는 공간 속에 서브우퍼 드라이버가 숨겨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후면에도 '사운드필드 쉐이퍼'라 해서 1개의 트위터와 2개의 미드를 배치한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 이렇게 후면에 드라이버를 배치하는 경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후면 반사음을 상쇄함으로써 전면의 소리를 보다 깨끗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보통 프로오디오 제품에서 후면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음으로는 전면뿐 아니라 후면으로도 직접 소리를 재생시킴으로써 공간감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함입니다. 요즘에는 많은 스피커들이 후면 드라이버를 활용하고 있는데 소너스파베르는 2010년부터 후면 드라이버를, 그것도 트위터뿐 아니라 미드까지 활용하고 있으니 제법 이른 시기부터 적극적으로 적용한 축에 속합니다.

SONUS FABER AIDA2

후면 드라이버의 활용은 2채널 스테레오 환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어내기 위한 설계일 겁니다. 다만 브랜드마다, 스피커마다 그 효과 및 결과물은 많이 달랐습니다. 사용하는 목적과 기술력이 다르고 구체적인 실현 방식 또한 다르니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오늘 아이다2를 들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공연장 그 자체를 재현시키는 듯한 공간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표현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사운드필드 쉐이퍼였다고 짐작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까지 극적으로 현장감이 살아난 것은 아닐 겁니다.

뒤에서 말할 아마티 수프림처럼 극적인 변화라고 말할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아이다2 역시 직접음은 명징한 편입니다. 혹자는 프랑코 세블린 시기를 1세대, 그가 회사를 떠나고 파올로 테촌이 음향 설계를 담당하면서부터를 2세대라고 부르더군요. 아무튼 2세대부터 소너스파베르의 소리는 조금씩 현대적인 하이파이의 방향을 따라가는 식으로 변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다2에 와서는 여전히 기존 소너스파베르다운 유려함은 가지고 있을지언정 올라운더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질감을 표현해 내는 데에 도달했다고 봐야겠네요.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현실적인 연주를 들려 줬습니다. 개인적으로 1세대 소너스파베르가 브랜드의 개성적인 면에 있어서는 우위라 하겠지만 소리의 전반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2세대에 들어서 위로 올라섰다고 생각합니다.

SONUS FABER AIDA2

이번 시청회에서 아이다2는 스트리밍이 아닌 CD와 LP만을 사용했습니다. 준비된 앨범들이 주로 재즈와 클래식 위주였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아이다2의 진면목을 가장 잘 드러낸 선곡이었습니다. 아이다2는 실제 악기 소리를 표현할 때, 그리고 앨범에 공연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날 때 단순히 소리가 아니라 현장 그 자체를 통째로 재현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표현은 단순히 유려하다, 부드럽다, 선이 곱다 등 한쪽에 편향된 소리만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을 겁니다. 현대 하이파이에서 추구하는 정확함이 기반이 된 음악성, 이게 아이다2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었습니다. 덕분에 소너스파베르만의 유려함은 유지하면서도 정확성까지 겸비한, 완성형 소너스파베르의 소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시간이었습니다.

SONUS FABER AMATI SUPREME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뒤 다음 시청실로 자리를 옮겨서 만난 스피커는 소너스파베르에서 가장 최근에 출시한 아마티 수프림입니다. 아마티 슈프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4년에 출시한 소너스파베르의 울트라 하이엔드급 스피커, 슈프리마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12억에 이르는 엄청난 몸값의 주인공인 슈프리마는 2022년경 파올로 테촌이 퇴사한 뒤 연구 개발 매니저로서 R&D 부서를 이끌고 있는 마리오 파사렐리의 주도 하에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슈프리마가 3세대 소너스파베르의 시작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아마티 슈프림에는 슈프리마에 적용된 신규 VOS 기술이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슈퍼트위터 및 트위터, 그리고 꽃을 닮은 카멜리아 미드 드라이버는 코르크 소재로 채워진 전용 챔버에 담긴 채 다시 아마디 슈프림의 인클로저에 장착된다고 합니다. 가격이 10배 넘게 차이가 나는 슈프리마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민망하지만, 적어도 기술력만큼은 현재 시점 소너스파베르의 가장 진보된 것들을 그대로 제품에 담았다 하겠습니다.

사실 아마티 슈프림 발표 직후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인클로저 외관 마감이었습니다. 그 동안 소너스파베르라는 브랜드와 동일시되었던 고급진 나뭇결 대신 차가운 무광 메탈 마감이 등장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기존 소너스파베르의 팬들은 이건 아니라고 외치기도 했고, 사실 저도 갑자기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이번에 아마티 슈프림을 들은 뒤에는 납득이 갔습니다. 이런 소리라면 오히려 목재의 무늬가 그대로 드러나느 것이 언발란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존의 소너스파베르에서는 느낄 수 없던 선명함, 넘치는 에너지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요즘 제네시스 마그마의 하이퍼카에 빠져서 그런지, 이번 아마티 슈프림은 외관도, 소리도 꼭 고성능 하이퍼카를 연상케 합니다. 앞선 아이다2가 실제 악기, 라이브 공연장의 현장감 표현에 강점이 있었다면 아마티 슈프림은 정교하게 설계된 스튜디오의 녹음을 그대로 재현하는 듯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SONUS FABER AMATI SUPREME

1세대에서 2세대로의 변화가 기존 사운드의 진보였다면, 3세대는 말 그대로 변화와 혁신이 어울릴 정도로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 변화가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듭니다. 물론 이번 시청회 때 아마티 슈프림을 울렸던 댄 다고스티노 모멘텀Z의 역할도 매우 컸을 테지만 이를 그대로 소화해 내는 건 아마티 슈프림의 능력입니다. 그리고 잠시 들었지만 후면 상단에 위치한 미드로우 어저스터 역시 마치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는 듯한, 저역의 에너치를 올려 주는 맛도 별미처럼 활용하기에 좋아 보였습니다.

소너스파베르라는 브랜드가 그 동안 쌓아 왔던 이미지와 소리 성향이 굳건하기 때문에 아마 기존 유저들은 아마티 슈프림의 소리에 대해 호불호가 분명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보다 고해상도의 정확성을 추구하는 현대 하이파이의 추세에는 이번 아마티 슈프림과 같은 변화가 잘 어울렸습니다.

로이코의 기획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다2와 아마티 슈프림으로 진행된 이번 시청회는 소너스파베르가 이제껏 만들어 왔던 소리의 정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바뀌어 나갈지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비교가 무의미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었던 시간이었고요. 출시한 지 몇 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아이다2는 아마 앞으로도 재즈,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스피커가 될 듯하고요. 스피커의 사이즈든 장르 소화력이든 보다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은 하이엔드로 아마티 슈프림의 경쟁력도 상당해 보입니다.

과연 두 스피커가 자리를 바꿔서 아이다2에는 TR앰프가, 아마티 슈프림에는 진공관 앰프가 매칭됐을 때에는 또 어떨지 새로운 궁금증도 생겼습니다. 짐작으로는 이번에 들었던 아마티 슈프림의 소리가 너무 부담스러웠다면 옥타브 앰프와의 매칭이 이를 살짝 완화해 줄 수 있을 듯하고, 반대로 아이다2에서는 이번보다 또 조금은 더 밀도 높아지면서 또 다른 듣는 맛이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당분간 로이코 시청실 소리는 추천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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