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Life

하이파이·헤드파이 리뷰, 오디오 업계 기사, 오디오 컬럼을 제공하는 한국어 오디오 웹매거진

아스텔앤컨 & 볼크오디오 스텔라
2026-03-11 · IEM

아스텔앤컨 & 볼크오디오 스텔라

이것은 스테레오인가 애트모스인가

아스텔앤컨과 볼크오디오의 첫 협업 제품인 스텔라를 리뷰했습니다. 볼크오디오의 대표인 잭 뱅(Jack vang)은 과거 엠파이어이어스 재직 시절부터 아스텔앤컨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이미 에투알을 통해 볼크오디오와 엠파이어이어스의 소리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알기 때문에 이번 콜라보는 또다른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볼크오디오는 설립자인 잭뱅과 *복원·마스터링 엔지니어 **마이클 그레이브스(Michael Graves)**가 함께 제품을 제작 중입니다. 마이클 그레이브스는 그래미에서 베스트 히스토리컬 앨범 부문을 5회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에투알부터 볼크오디오의 보다 밸런스적인 사운드 성향은 마이클 그레이브스의 손길이 미친 까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디자인 및 스펙

스텔라는 이전 아스텔앤컨 콜라보 제품을 연상시키면서도 새로운 고급스러움을 보여 줍니다. 페이스플레이트를 둘러싸는 메탈 링은 과거 JH AUDIO와 협업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지만 스텔라에서는 금속 테두리가 유닛에 일체화되어 마치 링처럼 페이스플레이트를 감쌉니다. 안쪽에는 사파이어 글래스를 사용해 투명한 유리 상자처럼 볼크오디오와 아스텔앤컨 로고를 담았고, 블랙 톤의 셸과 유광 실버 포인트가 고급스러운 조형미를 완성시켰습니다.

전면은 전체 금속 셸로 제작되어 견고하고 묵직하며, 다수의 드라이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닛의 크기와 두께가 상당하지만 착용감은 무난한 편이었습니다. 다만 유닛의 크기로 인해 평소보다 한 사이즈 큰 이어팁을 사용해서 이어폰이 조금은 바깥쪽에 정착용되도록 착용하는 것이 귀 압박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유닛 하단에는 가로로 긴 벤트가 있으며 노즐 끝에는 다섯 개의 도관이 뚫려 있어 작은 보어의 이어팁을 쓰면 도관이 부분적으로 가려질 수 있으므로 넓은 보어의 이어팁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astellnkern Stella

스펠라의 내부에는 네 가지 다른 유형의 드라이버를 혼합하여 한쪽당 12개의 드라이버를 탑재한 6웨이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가 적용됩니다. 저역은 ‘LF‑H(로우 프리퀀시 하이브리드)’라 불리는 묶음으로, 9mm 다이내믹 드라이버 1개와 BA 드라이버 2개를 결합하여 20~600Hz 대역을 재생하는데, 이 구성은 엠파이어 시절보다 단단하고 타이트한 저역을 지향하는 볼크오디오의 성향을 드러내는 요소로 보입니다.

중역은 듀얼 BA가 600~7kHz, 싱글 BA가 6~15kHz를 담당하여 음색과 잔향을 보강하고, 고역은 ‘HF‑H(하이 프리퀀시 하이브리드)’라는 이름으로 두 개의 평판형 드라이버와 네 개의 정전형(EST) 드라이버를 묶어 9~45kHz까지 재생합니다. 정리하면 1개의 다이내믹 드라이버, 5개의 BA, 2개의 평판형, 4개의 EST를 사용한 복잡한 쿼드브리그 구조입니다. 이런 경우 보통 각 드라이버 사이의 조화, 균형이 중요하지만 워낙 이전부터 이런 구성을 즐겨 사용하던 제작자이기에 별다른 걱정이 들진 않았습니다.

케이블은 전용으로 설계된 4심 구조로, 선재는 5N 리니어 크리스탈 무산소동선과 4N 은선, 24K 금선을 혼합했고 PVC 내부 피복과 나일론 외피를 덧씌워 터치 노이즈를 최소화했습니다. 플러그는 4.4mm 밸런스 단자이며, 0.78mm 2핀 구조여서 다양한 케이블과 호환됩니다. 다만 케이블 단자가 유닛 안쪽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설계된 반면 유닛 측 단자부는 평면이라 케이블을 끼웠을 때 깔끔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그리고 2핀 특성상 자주 탈착하면 단자부가 헐거워질 수 있으므로 초기 매칭 이후에는 되도록 교체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스펙상 감도는 약 104dB, 임피던스는 1kHz 기준 약 7옴입니다. 기본적인 임피던스가 낮게 측정되었고, 다중 드라이버의 경우 주파수에 따라 임피던스 변화가 크기 때문에 저임피던스 재생에 유리한 고급 DAP를 매칭하는 것이 좋으며, 스펙만 보면 볼륨 확보는 무리가 없지만 요즘의 다중 드라이버 이어폰보다 조금은 감도로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

이어팁 매칭

astellnkern Stella

스텔라에는 기본 실리콘 팁과 폼팁이 한 종류씩 제공됩니다. 기본 실리콘 팁은 보통의 이어팁 대비 높이가 높고 노즐 쪽이 좁은 편이었습니다. 스텔라의 노즐부, 그리고 도관의 위치가 제법 넓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기본 이어팁은 도관 가장자리 일부를 가리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기본 팁에서는 중저역이 부각되고 무대의 좌우보다는 뎁스가 강조되는 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토널밸런스와 무대 모양 모두 스텔라가 가지는 포텐셜에 비해 소리가 조금 아쉽게 들렸습니다.

반대로 서드파티 이어팁인 바로크 팁을 사용하면 소리가 훨씬 개선되었습니다. 토널 밸런스가 평탄해지고 공간감이 확장되어 스텔라가 지닌 잠재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는데, 문제는 바로크 팁의 재질이 부드러워 유닛이 상대적으로 더 귀 안쪽까지 밀려 들어갑니다. 스텔라의 유닛 사이즈, 모양과 맞물려 장시간 착용 시 이어폰을 뺐을 때 귀 아래쪽에 압박감과 통증이 남더군요. 저는 평소보다 한 사이즈 큰 팁을 사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소리평

이번 리뷰는 아스텔앤컨 SP4000에 스텔라와 바로크 팁을 매칭하여 진행했습니다. 첫 음이 나오는 순간부터 감탄이 터졌는데, 눈앞에 입체적인 무대가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볼크오디오가 만들어 내는 입체적인 공간감은 기존 이어폰들 대비 한 세대 위의 수준으로, ‘공간 장악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소리만으로 머리 주변의 반원형 공간을 가득 채운다, 마치 스테레오 이어폰인데 멀티 채널 애트모스 음원으로 듣는 것 같은 입체감입니다.

astellnkern Stella

음악 감상, 특히 헤드파이에서 공간 음향 음원을 즐겨 듣지 않는 이유는 DSP 처리로 인한 다소 어색한 음색 때문일 겁니다. 분명 스테레오 대비 공간의 규모, 각 음상의 배치 등은 넓고 입체적이지만 이를 얻기 위해 포기해야 할 부분이 제가 느끼기에는 아직은 더 큽니다. 비단 헤드파이뿐 아니라 스피커에서도 가상 애트모스 가지는 단점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어느 하이파이 수입사 대표님과의 인터뷰 도중 잘 세팅된 스테레오 시스템에서는 좌우 채널 두 대만으로도 멀티 채널이 들려 주는 공간 표현이 가능하다, 본인은 그걸 목표로 세팅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실제 청음실에서 들었던 소리 역시 마치 좌우, 후면에서 스피커가 설치된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고요.

스텔라를 들으면서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스테레오 음원이기 때문에 음색의 어색함 없이,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좌우·전후·상하를 오가며 소리를 펼쳐 놓습니다. 하이파이와 마찬가지라면 정확한 타이밍, 그리고 뛰어난 해상력의 덕분으로 보입니다. 음색적으로도 특정 대역이 튀거나 묻히지 않습니다. 2-3kHz 부근에서 아주 약간의 딥이 느껴지지만 최근 들었던 여러 이어폰들에서 공간감 확보 및 중역대의 도드라짐을 줄이기 위해 이런 식의 튜닝을 즐겨 하더군요.

astellnkern Stella

덕분에 전 음역대의 에너지가 높지만 음상이 두껍거나 거대하지 않고, 하나하나의 소리가 공간 속에 흩어져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이어폰에서는 낯선 소리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스텔라는 굳이 전통적인 리뷰 방식인 음역대 분석이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평소 좋아하는 곡을 재생하면 스테레오 음원임에도 공간 음향처럼 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으실 겁니다. 곡 소개에 가까운데요. 리뷰하면서 최근에 나온 제이콥 콜리어의 싱글 앨범 Something Heavy 중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라이브 버전을 참 좋게 들었습니다. 스텔라로 이 곡을 들으면 라이브 현장의 생생한 공기감과 광활한 무대가 자연스럽게 펼쳐집니다. 그래서 스튜디오 녹음 버전도 훌륭하지만 라이브 음원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이 스텔라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총평

astellnkern Stella

스텔라는 착용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간의 불편함을 제외하면 하이엔드 이어폰 시장에서 충분히, 그리고 차고 넘치는 경쟁력을 갖춘 제품입니다. 음색과 질감에서 전통적인 하이엔드 이어폰들과 차별화되는 강점을 보여 주며, 스테레오 음원으로도 멀티 채널 음향에 버금가는 공간감을 체험할 수 있는 드문 제품이었습니다. 마이클 그레이브스와 잭뱅의 조합에 아스텔앤컨의 감성이 더해져 독특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소리를 들려 줬습니다. 가격이 약 600만 원 수준으로 매우 높은 편이지만, 이 가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고 착용감이 맞는다면 스텔라는 오디오 애호가의 체험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어폰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스텔라의 발매 시기에 제품 외적인 악재가 터졌습니다. 바로 엠파이어이어스의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입니다. 끝이 워낙 좋지 않아 전 세계 유통사 및 유저들의 피해가 불가피한데, 이 영향을 엠파이어 출신이자 가족 관계로 얽혀 있는 볼크오디오도 피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잭뱅 스스로 볼크는 엠파이어이어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고, 제가 알기로 잭뱅 또한 엠파이어이어스에서 해고당한 뒤 설립한 것이 볼크오디오이기 때문입니다. 자칫 오디오판 연좌제가 열리지 않도록, 감정의 앞세움 없이 사실 관계만으로 평가받기를 바랍니다.

#리뷰#IEM#볼크오디오#헤드파이#스텔라#아스텔앤컨

댓글

댓글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