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옥 ASR III & CSR
오디오랙이 소리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
로이코에서 '오디오랙에 따른 소리 차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청음회가 열렸습니다. 하이파이 운용하시는 분들이라면 랙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들 이해하고 계시겠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나 소리가 달라지는지 직접 맞비교를 통해 체험해 보신 분은 그리 많지 않으실 듯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맞비교를 하기 위해서는 환경 조성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숍이 아닌 개인이 세팅하는 것은 아마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해요. 똑같은 기기들을 서로 다른 랙에 올려 놓고 테스트를 해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번 로이코 청음회는 개인적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들을수록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날 수 있구나, 이래서 랙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함께 청음회에 참석하신 분들께선 다른 기기를 듣는 듯하다는 말씀까지 남기시기도 했습니다. 이런 건 정말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믿기 어려운 그런 차이일 겁니다.
비교 대상은 로이코에서 취급하는 일본 타옥의 CSR과 ASR III 랙입니다. 두 제품 모두 주철 가루가 포함된 허니콤 오디오 보드가 사용되지만 상급기인 CSR에는 ASR III보다 두 겹이 더 덧대인 7단 구성으로 만들어졌고요. 그밖에 기둥 역시 내부에 주철 가루를 채워서 사용해서 보다 진동 제어 능력이 탁월하다고 합니다. 청음실에 강철과 주철 샘플이 있어서 망치로 두 가지 샘플을 두드려 볼 수 있었는데요. 주철 쪽이 확실히 덜 울리더군요. 그밖에 ASR III는 기둥에 연결된 보드 위에 슈즈를 장착하고 다시 그 위에 기기가 올려질 보드를 올려 두는, 랙 위에 랙이 올라가는 구조였습니다. 덕분에 두 랙의 가격 차이는 대략 두 배 정도 나더군요.

청음에는 매킨토시 CDP 및 턴테이블 두 대가 각각의 랙에 올려졌고요. 중앙에는 매킨 프리/파워 앰프가 놓였습니다. 양쪽 소스기에서 앰프로 연결하는 케이블 및 전원 케이블 모두 오디오퀘스트의 동일한 케이블을 사용하고, 바로바로 비교할 수 있도록 CD 역시 동일한 앨범을 두 장씩 준비해 두었습니다. 스피커는 패러다임 페르소나 5F입니다.
본격적으로 비교 청음을 시작하면서 궁금했던 건 과연 두 배나 비싼 랙을 사용할 가치가 있느냐였습니다. ASR III 역시도 저렴한 랙은 아니고, 나름 충분히 진동 제어 역할을 수행할 만한 랙임에도 여기에서 더 성능을 끌어올리는 게 티가 잘 날까,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려 했는데요. 첫 곡을 비교하자마자 굳이 집중해서 듣지 않더라고 두 랙 사이의 소리 차이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여러 곡을 들었지만 소리 차이의 방향은 항상 일정합니다. CSR 쪽이 더 단정하고, 잔향이 잘 살아나고, 다이나믹스 표현이 더 뛰어납니다. CD에서도, 그리고 LP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모두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ASR III 세팅으로 들었을 때에는 패러다임 특유의 날렵하고 선명한 음선, 그로 인해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는 음색으로 들리던 것이 CSR로 들으니 분명 같은 곡, 같은 앨범, 같은 기기임에도 덜 차갑고, 덜 딱딱하게 들리더군요.
가령 보컬의 첫 음이 터져 나올 때, 어택에서의 에너지 차이가 확연했습니다. CSR 쪽이 훨씬 더 또렷하게 시작해서 미세한 부분까지 살아나면서 사그라들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보컬은 보컬대로, 잔향이 충분히 담긴 연주곡에서는 연주곡대로 어떤 곡을 듣든지 일정 차이는 분명이 드러나더군요. 잔향의 확산감이 달라짐으로 인한 공간감까지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정도면 무언가 오디오 파트 중 한두 가지 정도는 업그레이드가 된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시연을 들으면서 가장 극적으로 차이가 나는 파트는 피아노, 바이올린과 같은 악기 파트였습니다. 피아노 파트에서는 마치 업라이트 피아노와 그랜드 피아노의 소리를 듣는 듯한, 그 정도의 좌우 및 상하 확산감, 무대 형성의 다름이 들렸습니다. 보다 소리가 잘 확산되는 덕분입니다. 자꾸 잔향이 많아진다. 소리가 더 잘 울린다는 식으로 설명을 드리니 혹 그저 보다 더 소리가 울리는 게 아니냐 오해하실 수도 있을 듯한데요.
시연곡 중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정경화의 바이올린 연주가 CSR 쪽에서 오히려 더 깔끔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다른 곡들에서 잔향이 많아진 것은 원인이 아니라 랙에서 잡아 주는 진동에 의한 결과물이었던 셈입니다. 아주 미세한 진동일지라도 이를 제대로 제어했을 때 음원이 본래 가지고 있던 정보량을 최대한 그대로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이겠죠. 정리를 하자면 CSR이 ASR III 대비 보다 정확하게 소리를 들려 줬습니다. 이러다 보니 오디오랙 또한 하나의 기기라 할 수밖에요.

오디오랙이 적어도 케이블 롤링 수준의 소리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턴테이블뿐 아니라 CDP를 메인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에서도 오디오랙에 따른 차이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가 이번 청음회에서 제가 느낀 소감입니다. 물론 이런 차이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청음 환경이 필수일 겁니다. 랙에 올려질 기기에서는 온전히 소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뒷단의 스피커에서는 만들어진 소리를 온전히 전달해야 할 테고요. 공간의 정숙도를 비롯한 룸 컨디션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테니, 끝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미세한 디테일의 차이는 하이파이보다 헤드파이가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리시버만 다를 뿐 거치형 헤드파이 역시 기기를 올려 둘 랙이 필요하고요. 공간이라는 변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둘의 차이를 들어 보면 하이엔드 헤드파이 유저들이 충분히 욕심을 낼 만한 카테고리가 아닌가 싶네요.
아는 만큼 들리고, 직접 경험해 봐야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청음회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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